두렵건 설레건 사람은 떨게 된다. 하지만 그 떨림의 작동방식이 전혀 다르다.
두렵다는 것은 무서워하는 것이다. 맹수가 둘러싸서 날 잡아 먹으려 하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울까? 이렇게 나를 사방에서 원으로 둘러싸여 있을 때의 감정이 두려움이다. 내가 가운데서 두루(周) 둘러싸여 있는 감정이다. 이렇듯 두려움이란 맹수들의 공격 속에서 살던 선사시대부터 뼛속 깊이 DNA로 체득된 인간의 오래된 감정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설 때, 그래서 많은 시선들이 오직 나에게로 쏠릴 때 느끼는 두려움은 우리의 선조가 맹수들에 둘러싸일 때 느끼는 감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설렌다는 것은 살며시 움직인다는 것이다. 심하게 요동치는 것이 아니라 살살 자그마한 동작으로 흔들리는 것이다. 작은 마음의 흔들림이 설렘이다. 그것도 한 해의 첫날인 설날 때처럼 익숙하지 않은 낯선 느낌이다. 글자와 어원이 같은 설레발은 설레발이라는 절지동물이다. 19개 마디마다 두 개의 작은 다리로 움직이는 설레발이의 38개 작은 발들이 설레발이다. 설레발치는 것은 설레발이처럼 작은 발들을 가지고 부산스럽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작은 발들인 설레발은 썰래발이 되면서 비속어가 되었지만 작은 흔들림인 설렘은 우리말 중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답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려고 할 때 두려움을 어떻게 없앨까? 억지로 없애려고 하면 더 떨려 온다. 몸이 굳고 안면근육이 떨리며 얼굴이 빨개진다. 하지만 준비를 잘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마음 속에 작은 설렘이 일렁인다. 그때 비로소 두려움은 언제 있었느냐는 듯 자연스럽게 사그러진다. 이열치열처럼 이진치진이다. 설레임의 떨림(振)으로 두려움의 떨림(振)을 다스린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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