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글자로 이루어진 이 낱말들은 2, 4번째 글자가 똑같은 낱말인데 두 부류다.
첫 번째는 순우리말이다. 이중 빈둥빈둥류는 어떤 모양이나 소리를 흉내낸 의태어, 의성어다. 속이 빈 사람처럼 게으른 모양이 빈둥빈둥이다. 살금살금, 벌컥벌컥, 두런두런, 올망졸망 등 우리말 특유의 정겨운 표현들이 많다. 또한 얼토당토류는 우리말의 발음이 변해서 된 낱말이다. 얼하지도 당하지도가 얼토당토가 되었다. 비슷하게 얼추되지도 않고 마땅히 당치도 않아 말이 안 된다는 뜻이다. 행동이 굼뜨고 모자란 사람에 대한 어리바리도 사람의 정신인 얼이 버려졌다, 아니면 어리고 어리석다를 한 번 더 강조하기 위해 발음이 변한 말이다. 두 번째는 한자에서 온 낱말이다. 연산군 때 왕의 맑음(淸)을 돋구기(興) 위해 전국에서 상납된 미녀들이 시중드는 기관이 흥청이었다. 그러나 맑아지기는커녕 정신이 어지러운 폭군이 되자 백성들은 흥청이 아니라 맑음을(淸) 망치는(亡) 망청이라고 비꼬았다. 지금은 정신없이 마구 낭비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한다는 어영부영도 마찬가지다. 고종 때 어영청(御營廳)은 군대도 아니었다. 백성들은 어영이 아니라 비영이라고 비꼬았다. 어영비영(御營非營)은 어영부영으로 발음이 바뀌었다. 될 대로 되라의 절박한 상황을 뜻하는 이판사판은 조선시대 때 절에서 수행하는 승려인 이판(理判)과 사무보는 승려인 사판(事判)의 서로 막다른 길을 뜻하는 말이었다.
꼭 한글 전용만을 고집하면 흥청망청의 뜻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진다. 한자가 우월하다고 고집하면 엎친 데 덮친 꼴을 꼭 雪上加霜이라고 하여 유식한 체 하게 된다. 순 우리말이든 한자에서 온 말이든 알고보면 재미있는 우리말들이다. 모두 생생한 우리말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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