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의 어원을 알면 잡탕의 의미와 한참 멀어진다. 그래도 잡탕보다 짬뽕이어야 한다.
한국인의 일상 고민 중 하나가 중국음식점에서 짬뽕을 먹을 것이냐, 짜장면을 먹을 것이냐다. 오죽하면 짬짜면이 나왔을까? 짜장면은 우리네 된장처럼 중국식 장(醬)인 춘장을 불에 달궈(炸) 만든 양념에 비빈 국수(麵)란 뜻의 작장면(炸醬麵)에서 유래했다. 원래 청나라 산동성에서 왔다지만 짜장면은 작장면과 다르다. 한국인 입맛에 맞추어진 음식이다. 자장면도 표준말이라지만 동의하기 싫다. 짜장면은 짜장면이라고 해야 짜장면의 제 맛이 난다. 우리말에서 된소리 발음은 말 맛을 살리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꼭 나쁘게만 여길 일이 아니다. 짬뽕도 된소리 발음화에 따른 낱말이다.
그런데 짬뽕의 원래 뜻이 의외다. 일본에 사는 중국인 아줌마가 손님들에게 츠판(吃飯), 즉 밥 먹었냐고 질문한 후 국수를 말아 주었는데, 그때 그 아줌마의 중국어 발음이 중국에서 살았던 지역말로 차폰이었단다. 그래서 그 국수가 차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우리나라로 들어와 된 소리로 발음되며 짬뽕이 되었단다. 물론 우리 입맛에 맞게 빨간 고춧가루를 넣으며 얼큰하니 매워졌다. '차폰 잔폰 짬뽕'이라는 책에는 나가사키에서 유래된 짬뽕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런 짬뽕이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하나로 넣고 끓인 잡탕(雜湯)의 뜻으로 바뀌었으니 재미있다.
재즈 이론을 빌려 표현한다면 짜장면과 짬뽕 모두 우리 입맛에 맞게 리하모나이징(reharmonizing) 되었다. 만일 짬뽕을 우리 뜻에 맞게 잡탕이라고 했다면 지금의 짬뽕처럼 대중화될 수 있었을까? 짬뽕은 짬뽕이라고 해야 짬뽕의 제 맛이 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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