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 바로크와 클래식 ; 정반대다

bindol 2021. 4. 20. 05:04

바로크풍이나 클래식풍이라고 하면 우아한 고전미가 느껴진다. 과연 그런 걸까?

1400년대 시작된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는 중세에서 벗어나 그리스 로마 때처럼 질서, 균형, 조화, 논리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를 거부하는 것이 바로크다. 찌그러진 진주인 바로크(Baroque)는 단정명료하며 완벽한 미를 지닌 원형의 진주를 과감히 찌그러뜨린 것이다. 르네상스 보수주의자들에게 바로크는 퇴폐적, 추악한 것이었다. 엉뚱한, 이상야릇한, 어긋난, 어지러운, 기이한, 추한, 괴상한, 요상한, 해괴한, 별스러운, 혐오스러운과 같은 뜻이었다. 바로크 미술은 절묘한 명암대비를 통해 외형의 아름다움보다 복잡한 내면을 묘사했다. 바로크 음악은 화려한 기교의 화성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드러냈다. 바로크 건축은 현란한 장식을 통해 정적인 안정보다 동적이며 극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바로크 문학은 강한 대립과 긴장을 통해 격정성과 역동성을 생동감있게 서술했다.

1500년대부터 풍미한 바로크는 고개를 숙이고 다시 르네상스 정신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바로 16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클래식이다. 다시 모범, 전형, 이성, 합리, 정상, 규칙, 질서, 균형이 중요해졌다. 계급을 뜻하는 클라스(class)와 어원이 같은 클래식(Classic)은 로마시대에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1등급 시민이었다. 최고와 최상을 추구했던 그들의 완벽한 미적 취향이 클래식이 되었다.

알고보니 바로크는 클래식과 정반대 뜻이다. 이제 우리 시대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불린다. 바로크란 우아한 고전미와 거리가 먼 파격적 일탈미다. 클래식보다 바로크가 끌리는 것은 나만의 개인적 주관적 취향일까?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