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 엉터리와 뚱딴지

bindol 2021. 4. 20. 05:05

두 낱말은 엇비슷하게 여겨진다. 알고 보면 달라도 너무 다른 말이다.

얼라리꼴라리, 노가리, 아가리, 주둥아리, 대가리, 멍텅구리처럼 '리'가 붙은 낱말은 상대를 낮게 깔보는 말이다. 사투리도 그렇지만 이 낱말에 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따로 다루겠다. 엉터리란 터무니없는 언행, 또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다. 터무늬가 없다는 것은 건물이 있었던 터의 무늬, 즉 부지의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굴착기로 파서 밀어버리면 건물의 터는 물론 산의 터까지도 없애버리는 시대지만 과거에는 집을 없애도 터는 남았다. 결국 터의 무늬가 없다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엉터리다. 둔하다는 뜻을 가진 만주어 옹토리(ongtori)에서 왔다는 설이 있는 엉터리는 엉망이다, 엉성하다, 엉뚱하다와 어원이 같다. 모두 비정상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뚱딴지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돼지감자가 바로 뚱딴지다. 전봇대에 다는 절연체인 애자(碍子)도 뚱딴지인데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불통의 성질이 고집스럽게 보이는 뚱딴지를 닮았다. 뚱딴지는 야생초처럼 아무 데서나 잘 자란다. 번식력과 생명력이 유난히 좋다. 울퉁불퉁 못생겨도 땅속에서 예측을 못할 정도로 여기저기서 뭉텅이로 잘 자란다. 뚱딴지는 자연의 생명력이 넘치며 건강하고 생생한 생뚱맞은 모습을 지녔다.

사람도 엉터리가 되면 곤란하지만 뚱딴지처럼 되면 잘살 수 있다. 오히려 뚱딴지같은 삶이 좋다. 못생겼다고 생명력 있는 뚱딴지를 뭉개고 까다로운 화초를 억지로 키우려는 것이 엉터리다. 예측가능하게 정상(定常)만 추구하는 뻔한 삶보다 비정상으로 보여도 결코 엉터리가 아니며 속이 튼실하며 생기 넘치는 뚱딴지같은 삶을 살고 싶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