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을 모두 방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하나는 방언이 아니라 탯말이다.
엉터리처럼 사투리도 접미어 '리'가 붙어 부정적 의미를 가진다. 사투리란 지방에서 쓰이는 말로 표준말이 아닌 틀린 말이다. 원래 우리말이지만 한자로 만들어 쓸 수 있다. 평평한 중심이 아니라 비스듬한 변방인 사(斜)의 버릇인 투(套)로 말하는 촌스러운 리(俚)의 말이 사투리(斜套俚)다. 중심에서 인위적으로 정한 표준말의 관점에서 사투리는 다른 말이 아니고 틀리고 잘못된 말이니 표준말로 고쳐야 옳을까? 표준말은 교양있는 서울사람들이 쓰는 말이라는데, 서울 아닌 곳에서 살면 교양이 없다는 뜻인가? 표준글은 있을 수 있지만 표준말은 억압으로 작용하기 쉽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들은 나의 탯말이 표준말이 아니라서 고쳐야 한다면 억울하다. 아무리 표준말을 익혀 고쳐서 말해도 화나거나 급할 때는 자신의 본성대로 탯말이 불쑥 튀어 나오게 된다. 사투리를 방언(方言)이라고도 하는데 이 낱말도 사투리처럼 자기비하적이다. 하나의 중심을 놓고 어느 쪽 방향은 지방이지만 중심없이 각각 비슷한 문화나 풍습, 언어로 묶여진 곳이 지역이다. 그 지역에서 쓰는 말이니 지역말이다. 사투리나 방언보다는 탯말인 지역말이라고 해야 꿀리지 않고 당당해진다.
제주도에선 제주도말로, 광주에선 광주말로, 전주에선 전주말로, 부산에선 부산말로, 대구에선 대구말로, 대전에선 대전말로, 강릉에선 강릉말로, 서울에선 서울말로 뉴스를 전하는 방송 아나운서 말이 지역말로 바뀌면 어떨까? 획일적 표준성에서 벗어나 전반적 다양성이 자연의 순리대로 건강하게 살아나지 않을까? 서울말로 하는 지방방송을 끄고 지역말로 하는 지역방송을 켜자.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1> 프리덤일까? 리버티일까 (0) | 2021.04.20 |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 엉터리와 뚱딴지 (0) | 2021.04.20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 바로크와 클래식 ; 정반대다 (0) | 2021.04.20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5> 트집을 잡다? : 시비를 걸다? (0) | 2021.04.20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6> 안면과 얼굴; 무엇을 가꿀까? (0) | 2021.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