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낱말은 깜짝 놀랄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본래 뜻을 알고 나면 기분이 묘해진다.
벼락이란 하늘에서 번쩍번쩍하는 번개가 땅으로 떨어진(落) 것이다. 번락이 벼락이 되었다. 벼락이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날벼락이다. 벼락 맞은 나무가 살아남아 골프장 관상수로 고가에 팔리기도 하지만 사람은 벼락 맞으면 즉사한다. 번개와 천둥, 폭우를 동반하는 벼락이 화창하니 맑고 밝은 마른 하늘에서 떨어질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런데 떨어지면 재앙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예상외의 일이 느닷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나 깜짝 놀라는 상황이다. 옛날에 청상과부들은 싫어도 수절해야만 했다.
그래서 밤중에 젊은 과부들이 자는 방에 사내가 몰래 들어가 일을 벌이거나 이불에 싸서 남자들이 업어가는 보쌈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밤중도 아닌 벌건 대낮에 갑자기 남정네가 나타나서 홍두깨처럼 생긴 것을 쑤욱 들이대는 걸 겪은 과부들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둘러 말하였다.
홍두깨란 빨래한 옷을 펴거나 밀가루 반죽을 밀어서 넓게 펴기 위해 사용하는 길고 굵고 둥그런 나무 몽둥이다. 생김새가 남자 성기처럼 보여 홍두깨에 비유한 것이다.
날벼락은 인간의 관리영역에서 벗어난 자연현상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면 재앙, 사고, 불행이 따른다.
하지만 홍두깨는 인간의 생활영역에서 생기는 일탈현상이다. 과부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접하면 싫은지 기쁜지 나쁜지 좋은지 확실히 단정할 수 없다. 객관적 일반화가 불가능하다. 두 남녀 간에 주관적이며 개인적으로 처한 경우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그건 두 사람만이 은밀하게 알 일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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