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오는 많은 이름들에 대해 분명하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톰 존스가 불렀던 딜라일라는 성경 속 삼손과 데릴라의 그 데릴라다. 매튜(Matthew), 마크(Mark), 루크(Luke), 존(John)은 왜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이 되었을까? 성경번역의 역사를 살펴 볼 일이다. 가장 먼저 1800년대 후반 중국에서 성경이 번역될 때 한자로 가차(假借)하여 부자연스럽게 표기하는 중국의 영향을 근본적으로 받았다. 1910년에서야 신구약 전체가 완역되고, 1937년에 전면 개정되었다. 일제시대 영향을 받았다.
24개로 모든 음들을 자유롭게 표기할 수 있는 한글과 달리 50음도로 이루어진 일본의 가나(1名)는 음의 표기가 제한적이다. ㅊㅍ 등의 자음을, ㅓㅐㅕㅟㅚㅡ 등의 모음을 표기할 수 없다. 특히 받침이 ん 하나밖에 없어 ㄱㄹㅁㅂㅅ 받침의 음을 표기할 수 없다. 그래서 맥도날드를 마꾸도나루도(マクドナルド)로 우스꽝스럽게 표기할 수밖에 없다. 앤드(and)도 안도(あんど)라고 한다. 크림(cream)도 구리무(クリ-ム)다. 나 박기철도 바꾸기쪼루(バクギゾル)다. 음의 표기가 부자유스러우니 Christ는 그리스도, Paul은 바울, Peter는 베드로, Stephen은 스데반, Delilah는 데릴라로 되었던 건 아닐까?
성경 속 이름도 중국식 가차나 일본식 가나 표기에서 벗어나 한글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원래 발음으로 되돌려 놓아야 옳을까? 그런데 바울을 폴, 베드로를 피터라고 하면 어색하다. 기독교를 사실상 완성시킨 사도 바울과 네로 황제 때 순교하며 제1대 교황으로 추대받는 베드로의 권위가 손상되는 듯하다. 100여 년을 이어온 습관의 힘은 무섭다. 그래서 새롭게 바로잡는 일은 버겁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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