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한자와 한글인 두 낱말은 뜻도 같지만 어원이 같다. 같은 과(科)의 식물이다.
고독이란 한자를 풀이하면, 고(孤)는 子와 瓜가 합친 형성문자다. 독(獨)도 개(犭)는 둘이면 싸우니 홀로 두어야 한다는 형성문자다. 한자를 만드는 육서(六書) 중 하나인 형성(形聲)이란 부수에 음(聲)을 나타내는 글자가 합쳐져서 새로운 뜻의 한자를 이루는(形) 방법이다. 아들을 뜻하는 부수인 子에 고와 발음이 비슷한 오이 과(瓜)가 합쳐져 외로울 孤라는 한자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한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고견을 들으면 형성문자라도 음에 해당하는 글자를 아무 것이나 넣지 않았다고 한다. 특별히 오이를 뜻하는 瓜를 넣어서 외로울 고라는 한자가 만들어진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외로울 고라는 한자에 高나 古도 아닌 瓜를 넣은 것은 오이(瓜)라는 식물의 특성을 생각해서일 것이다. 가지에 오이가 달려있는 모양을 보면 오이는 마디 하나에 쌍이 아니라 딱 하나의 오이만 열린다. 그 열린 모습이 오이(외)롭다. 같은 박과 식물에 속하는 참외도 그렇다. 스위트한 감(甘)오이(외)가 참외로 되었다고도 하지만, 오이처럼 열린 모습이 진짜 참 외로워서 참외라는 설이 더 끌린다. 공교롭게도 참외를 뜻하는 영어 melon에서 lon도 외롭다는 뜻이다. 서양인도 참외 열리는 모습에서 외로움을 느꼈던 것일까? 외롭다는 참외답다는 뜻이라니 의외다. 생소하며 신기하다.
앞으로 참외가 하나 있으면 참외가 열리는 고독하고 외로운 모습을 떠올리며 외로움의 가치를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서로 외로운 모습이면서 당당하게 열매 맺는 알찬 모습을 본받으며 살면 어떨까?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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