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사 자가 들어간 두 낱말은 가볍게 들린다. 그러나 어원을 따지면 깊고 묵직하다.
벚꽃(櫻花)인 사쿠라가 뭐 어떻길래 부정적 뜻으로 쓰일까? 연분홍색(櫻色) 말고기(櫻肉)를 소고기로 속여 팔아 그리 되었다는 설도 있다. 더 믿을 만한 설은 아랄(Aral)이라는 한곳으로부터 여러 곳으로 문화가 퍼졌으므로 동서양 언어의 근원이 같다는 알알(Aral) 문명설이다. 이에 따르면 벚나무나 말고기를 뜻하는 사쿠라(さくら)가 의식을 뜻하는 sacrement의 사크라(sacra)에서 왔다. 알알의 문화가 건네진 서양에서는 기독교 전래 전에 말고기를 신에게 바쳐 제사지내는 사크라가 있었다. 일본에서도 불교 전래 전에 벚꽃이 핀 봄날에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쿠라가 있었다. 이 사쿠라 의식을 선동하기 위해 박수꾼과 바람잡이가 군중 속에 몰래 동원되어 사쿠라가 사기꾼이나 야바위꾼 뜻으로 변질되었다는 설이다. 독일어 사크라(sakra)가 제기랄이나 빌어먹을의 뜻으로 변질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럴듯한 가설로 설명되는 사쿠라와 달리 사이비는 출처가 분명하다. 논어와 맹자다. 공자는 사이비(似而非)같은 놈(者)들을 증오(惡)한다며 惡似而非者라고 했다. 비슷해도(似) 그러나(而) 아닌(非) 것이 사이비다. 공자가 사이비라고 돌직구를 날린 대상은 향원(鄕愿)이었다. 향원이란 어느 고을에서 덕있는 군자인 체 행동하며 실제로는 자기들 실속만 채우던 소인배들이다.
사기(詐欺)꾼 사이비 사쿠라들이 많다. 남들에게 이단(異端)의 사쿠라나 사이비라고 공격하기보다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옳다. 내가 사이비가 아닌지? 일개 전문 분야인 나 만의 마을(鄕)에 살면서 내가 원하는 이익만 바라고(愿) 사는 향원은 아닌지?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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