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단어는 나쁘게 들린다. 그러나 따져 보면 가장 멋진 뜻을 담고 있다니?
한량(閑良)에서 한(閑)은 한가하다는 뜻도 있지만 조용하고 품위있다는 뜻도 있다. 량(良)은 좋다는 뜻과 함께 곧다는 뜻도 있다. 그러니 한량이란 조용하며 곧은 남자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에 무과의 과거시험에 붙지 못한 남자다. 한량 중에는 무관의 벼슬을 얻기 위해 무술 연습이나 한다며 아무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일부 한량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지금 아는 한량의 부정적인 뜻이 생겼다. 지금 한량의 사전적 정의는 돈 잘 쓰고 잘 노는 플레이보이다.
건달이란 말은 인도의 힌두신화나 불교경전에 나오는 간다르바에서 나왔다. 간다르바는 음악을 연주하며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만을 먹고사는 신성한 신으로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새인 반인반조의 모습이다. 중국에서는 간다르바의 음을 따서 건달파(乾達婆)라고 썼다. 그런데 신이 아닌 인간 건달파들이 생겼는데 이들은 생업에 종사하지 않고 음악이나 연주하면서 다녔다고 한다. 여기서 지금의 건달이라는 뜻이 생겼다. 일도 안 하고 건들거리며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건달이란 한자의 뜻을 살피면 하늘(乾)에 다다른다(達)는 뜻이다. 어느 조폭영화에서 주인공이 주장하길 자기는 양아치 깡패가 아니라 건달이라고 하던데, 말 자체에 일리는 있다. 동냥해서 먹고 사는 양아치나 폭력을 일삼는 갱(gang)의 패거리인 깡패는 건달 축에도 못낀다.
한 번 뿐인 인생을 한량이나 건달처럼 살면 안된다지만, 한자의 뜻으로 따지면 한량이나 건달처럼 사는 삶은 가장 이상적인 최고의 인생이다. 조용히(閑) 곧게(良) 사는 한량의 삶, 하늘(乾)의 뜻에 닿도록(達) 사는 건달의 삶! 정녕 이렇게 산다면 얼마나 멋질까?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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