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31> 야망과 소망 : 뭘 품을까?

bindol 2021. 4. 20. 05:23

둘 다 꿈은 꿈인데 하나는 허황되고 다른 하나는 실속있다. 왜일까?

 

Boys, be ambitious! Ambition을 야망으로 번역한 일본인의 속내는 무얼까? 일본인은 야(野)라는 한자를 좋아한다. 베이스볼을 굳이 야구(野球)로 번역한 그들이다. 중국인은 봉구(棒球)라 한다. 축구도 야구도 넓은 들판(野)에서 하니 야구가 아니라 몽둥이(棒)로 공(球)을 치는 봉구가 맞다. 야(野)는 들판이지만 거친 상태라는 부정적 의미도 있다. 그래서 야심이란 길들이지 않은 거친 마음이다. 일본인들은 품지말아야 할 야심을 가지고 대동아공영권의 야망적 대망을 위해 우리나라를 합방하고 침략전쟁을 일으키며 하와이의 진주만까지 기습했다. 거친 꿈인 야망과 달리 소망이란 소박한 꿈이다. 작을 소(小)가 아닌 흴 소(素)의 의미가 뜻깊다. 목화나 누에에서 실을 뽑았을 때 그 실의 자연스러운 색깔이 바로 소다. 희긴 흰데 인공적 표백처리를 안한 있는 그대로의 내추럴 컬러다. 당당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색이다. 3, 5, 7, 11, 13, 17…처럼 다른 수로 나누어지지 않는 소수(素數)는 있는 그대로의 당당한 숫자(prime number)다. 일사불란한 수의 세계에서도 소수가 나타나는 수열의 원칙은 없고 복잡다단하다. 단순 공식에 구속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당당함이 바로 소다. 그러니 소박함이란 적다는 뜻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당당한 존재감이다. 해와 별을 따는 야망이 아니라 둥근 달(望)을 그리는 것이 소망이다.

 

소박한 소망을 가지며 이를 이루며 사는 삶은 지갑이 얇아도 머릿속은 두껍기에 당당하다. 바로 전의 글에서 언급한 소요유가 되려면 되지도 않을 꿈인 탐욕적 야망을 버리고 소망을 품어야 바람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진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