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22> 공부와 학습 ; 훌륭하게 되려면?

bindol 2021. 4. 21. 04:42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도 공부라는 말은 숱하게 들으며 하는 말이다. 공부는 뭐고 학습은 뭘까?

순 우리말이 아니라 한자인 工夫로 쓰이는 공부의 어원을 따지면 여러 설들이 복잡하다. 몸과 마음을 연마하는 중국무술인 쿵푸가 공부로 되었다는 설, 불교경전 중에 불도를 열심히 닦는다는 문장에서 나왔다는 설, 유교경전 중에 마음을 수양한다는 문장에서 나왔다는 설 등…. 그 문장들 안에 工夫(공부)라는 글자가 있는데, 만들 공(工), 지아비 부(夫)인 공부가 왜 그런 심오한 뜻을 가진 공부가 되었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찬찬히 글자의 뜻을 따지면 이해가 된다. 도구의 모양을 본뜬 공(工)이란 장인이 무엇을 만드는 솜씨다. 하늘(天)보다 높은(ㅣ) 남편(夫)이 아니라 큰(大) 머리에 상투(―) 튼 어른(夫)인 부는 훌륭한 사람을 뜻한다. 그러니 공부란 훌륭한 사람(夫)으로 만들어지는(工) 수련과정으로 풀이된다. 공부와 달리 학습은 그 어원이 확실하다. 논어의 첫 문장인 학이시습(學而時習)에서 왔다. 학(學)의 글자 모습을 유심히 살피면, 아이(子)가 책상() 위에서 양 손에 책을 잡고 글(爻) 읽는 모습이다.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며 배우는 것이 학이다. 습(習)은 알에서 깨어난 어린 새가 날개(羽)를 스스로(自) 퍼드덕거린다는 뜻이다. 스스로 自는 글자 모양이 변해 白이 되었다. 새는 어미로부터 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익힐 뿐이다. 책으로부터 배우는 학과 달리 자기 스스로 익히는 것이 습이다.

공부와 학습의 어원을 이해하면 공부와 학습의 연관성이 훤히 보인다.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인 공부는 책을 통해 배우며, 스스로 익히는 학습으로 이루어진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