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21>기쁘다와 즐겁다 ; 무엇을 바랄까?

bindol 2021. 4. 21. 04:43

 

우리 인생에서 기쁜 일이 많아야 좋은가? 즐거운 일이 많아야 좋은가? 이 질문은 우리 인생관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다.

공자의 어록인 논어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이 문장을 대개 이렇게 해석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배우고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하냐? 친구가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런데 공자와 달리 배우고 익히면 기쁘기보다 즐겁고,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면 즐겁기보다 기쁠 것같다. 첫 번째 不亦說乎는 不亦樂乎가 어울리며, 두 번째 不亦樂乎는 不亦說乎가 어울릴 것같다.

공자 생존 시 說과 樂에 지금과 다른 뜻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기쁠 說, 즐거울 樂인 지금 우리 시대의 한자 뜻에 따라 풀이할 뿐이다. 우리는 어느 때 기뻐하는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뭔가 새로운 좋은 일이 갑자기 생겼을 때이다. 친구가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때 우리는 즐겁기보다 기쁘다.

우리는 어느 때 즐거워하는가? 내가 평소에 일상적으로 늘 하는 일이라도 내가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우리는 즐겁다. 늘 항상 언제나 배우고 익히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때 우리는 기쁘기보다 즐겁다.

우리는 살면서 기쁜 일보다 즐거운 일이 많아야 살 맛이 난다. 설령 기쁜 일이 특별히 안 생기더라도 평소에 늘 하는 평소 일상생활이 재미있다면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다.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삶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기쁜 일에 대해서 일시적으로 기뻐할지언정 지속적으로 즐거울 수 없다.

특별히 좋은 일이 생겨 기뻐하기보다 그저 즐겁게 살자.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