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촌년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촌이 도대체 뭐 어쨌다고 그리 되었을까?
촌(村)은 촌(邨)으로도 쓰인다. 촌을 한자사전에서 찾아보면 '도시에서 떨어진 마을이나 시골, 꾸밈이 없다'는 뜻이다.
이해가 되는 정의이다. 그런데 '성질이나 행동이 야비(野鄙)하다, 즉 저속하고 천하다'는 뜻도 있다. 이런 정의는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촌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인가?
사실 도시에서 메마르게 사는 사람들이 더 그럴 수 있다. 농사짓고 사는 농촌 마을은 우리 마음의 고향이다. 촌맛은 어머니 맛이며 고향의 맛이다. 농사짓는 사람은 천하의 가장 큰 뿌리(農者天下之大本)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그런데 농자들이 사는 곳인 촌이 저속하고 천하다니 말이 되는가?
촌스러움이란 저속하거나 천하다는 뜻의 천박함이 아니다. 촌스러움이란 고향다움이고 자연스러움이고 여유로움이고 포근함이다. 낮을 천(淺), 얇을 박(薄) 천박! 촌의 뜻으로 사전에 잘못 나와 있는 '성질이나 행동이 저속하고 천하다'는 뜻과 딱 맞는 단어가 천박이다. 아무리 치장하며 폼잡고 멋을 부려도 속이 부실하면 깡통소리 요란하게 천박해지기 쉽다. 들어있는 생각이 낮고 얇기 때문이다. 생각이 높고 두꺼우면 폼잡지 않아도 멋이 드러나고 우러난다.
우리는 더욱 더 촌스럽게 살아야 즐겁게 살 수 있게 된다. 촌스러움이란 세련되지 못하고 어리숙한 게 아니라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여유로운, 포근한 멋이다.
이런 멋을 모르면 용감할 만큼 천박해진다. 촌놈이나 촌년은 도시중심적 표현으로 사라져야 할 우리말이다.
촌스러움의 진정한 참맛을 모르는 천박한 도시인이 오히려 도시놈, 도시년이면 모를까.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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