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8> 사람과 사랑 ; 두 말의 근원은?

bindol 2021. 4. 21. 04:45

사람과 사랑은 둘 다 순 우리말이다. 받침 하나의 차이지만 서로 아무 연관 없이 들린다. 그러나 둘 사이에 커다란 연관성이 있다. 그 사실을 알면 더 살(?) 맛이 난다.

둘 다 어원이 같다.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들이 있지만 가장 끌리는 설이 있다. 바로 사람과 사랑은 쌀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쌀을 먹고 사는 몸이 사람이다. 쌀을 먹으면 그 쌀은 살이 되고 몸이 되어 사람이 된다. 살 즉 몸(體)이란 서구의 전통 철학에서는 고귀한 인간의 정신과 분리된 저급한 몸뚱이(肉)에 불과했다. 정신 중심의 철학이다. 정신이란 합리적 이성, 절대적 영혼 등을 포괄한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정신과 몸이 서로 통합된 것으로 이해했다. 정신의 기가 몸이라는 이른바 몸철학이다. 얼굴이 그렇다. 정신을 뜻하는 얼의 모양인 얼꼴이 얼굴로 되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정신 상태가 드러난다. 결국 사람이란 정신적 기를 담은 몸의 살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명이다. 살아간다는 것도 살과 연관이 있다. 사람은 사랑을 하면서 산다. 길게 파여진 땅의 골인 골앙이 고랑으로 되듯이 사람의 살인 살앙이 사랑으로 되었다. 사랑의 어원에 대해서는 생각하고(思) 헤아린다(量)는 '사량'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사랑이란 쌀을 먹고 사는 사람 사이에 서로의 살을 어루만지는 행동이란 설이 더 끌린다. 연인 사이의 스킨쉽, 엄마와 아이의 뽀뽀 모두 사랑의 순수한 표현이다. 이 설에 따르면 사람은 두 사람 사이에(間) 서로 기대는(人) 존재라는 인간(人間)보다 더 살 맛이 나는 단어다. 사랑은 오직 마음으로 사모하고(愛) 마음으로 정(情)을 품는 애정보다 더 살 맛이 나는 단어다. 아름다운 사람이 서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며 서로 이끌리며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