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라는 말이 떠오르고 있다. 유사어로 생태가 있다. 과연 비슷한 말일까?
환경은 나를 중심으로 동그란 고리(環)처럼 보이는 경치(境)이다. 지구를 중심으로 하늘이 도는 천동설과 같다. 지구인 나는 가만히 있고 태양은 물론 밤하늘 별과 달들이 움직인다. 하늘은 천막처럼 둥글게 펴져 있는 환경이다. 그렇게 눈으로만 보이는 피상적인 천동설에서 벗어나 지동설이 나왔다. 500여년 전 코페르니쿠스의 대전환이다. 환경이 지구 중심의 천동설이라면, 생태는 지구 중심에서 벗어난 지동설에 가깝다. 생(生)이란 땅(―) 위의 소(牛)처럼 괴로운 모습이 아니라 땅(―)에서 싹(牛)이 나온 아름다운 모습이다. 태(態)란 아무 것도 꿀릴 것 없는 곰(能)의 당당한 마음(心)이다. 능력 능(能)은 곰(能)에서 파생된 뜻이다. 식물과 동물의 자연 그대로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인 생태는 그물망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2600여년 전 부처가 된 싯다르타는 그러한 세상의 이치를 처음 깨닫고 이를 연기라 했다. 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緣起)란 말미암아(緣) 일어나는(起) 것이다. 이것저것의 있고 없고를 말미암아 이저저것이 없어지고 일어난다는 뜻이다. 나라는 존재 역시 그러하니 무아(無我)이며, 항상 고정된 것은 없으니 무상(無常)이다. 나는 다만 무지막지하게 복잡다단한 그물망에 슬쩍 걸쳐 있을 뿐이다.
사람이 먼저고 뿌리라는 인본주의는 휴머니즘처럼 따뜻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몰(沒)철학적 인간주의일 뿐이다. 인간우선주의, 인간중심주의인 환경에는 인간의 욕심이 잔뜩 묻어 있다. 진정 따뜻한 인간은 자신을 생태 관점에서 그물망의 작은 한 점으로 여기며 겸허하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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