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호라는 말을 숱하게 듣는다. 자연보호가 아닌 생태유지란 도대체 무엇일까?
자연은 환경도 녹색(green)도 아니다. 인간의 인공적 작위가 미치지 않는 원래 스스로(自) 그러한(然) 상태다. 자연은 환경처럼 인간중심적 표현이 아니다. 자연은 인간 중심의 피상적 눈으로 볼 때 인간을 둘러싼 둥그런 환경으로 보인다. 자연보호를 환경보호라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과연 인간은 자연을 보호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하자. 그러면 자연보호라는 말이 얼마나 인간중심의 건방진 말인지 짐작된다. 자연은 노자도덕경의 천지불인(天地不仁)처럼 일부러 어질도록 애써서 인간을 보호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자연을 통해 인간의 생존여건이 다행히 마련되었을 뿐이다. 자연의 생태유지로 인해 우리는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보호하여 잘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구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여기는 가이아(Gaia) 이론에 따르면 지구는 인간의 상상 이상으로 강인하다. 아무리 인간이 지구의 자연을 파괴하더라도 지구는 꿈쩍도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연을 파괴해도 될까? 그렇다면 자연은 인간을 귀찮고 성가시게 여긴다. 결과는 무섭다. 가이아는 어머니처럼 자애롭지도 숫처녀처럼 나약하지도 않다. 인간이 자연 파괴를 계속한다면 가이아인 지구는 귀찮고 성가신 인류를 다른 생명체로 갈아치우면 된다. 호모 사피엔스를 자부하는 인류가 절명한다는 뜻이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연보호가 아니라 생태유지이다. 막강한 인간이 자연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미약한 인간이 살도록 마련된 지금의 자연스러운 생태가 유지되도록 호모 라피엔스의 폭력적 탐욕을 줄이는 일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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