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지역균형은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이다. 과연 지역균형이 맞으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균형(均衡, balance)이란 상대적 관점에서 양쪽의 크기나 무게를 똑같이 맞추는 것이다. 천칭에 올려놓고 좌우를 맞추듯 저울질(衡)로 양쪽을 똑같이 고르게(均) 하는 것이다. 단순한 계측 세계에서는 인위적으로 균형을 똑같이 맞출 수 있지만 복잡한 현실 세계에서는 힘들고 어렵다. 무리다.
반면에 조화(調和, harmony)란 전반적 관점에서 서로 모두 자연스레 어울리는 것이다. 수확한 벼(禾)를 여럿이 나누어 먹게끔(口) 하도록(和) 어울리는(調) 것이다. 조화란 일률적으로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나름대로 어울리도록 나뉘는 것이다. 순리다.
균형의 관점에서는 끊임없이 우열의 문제가 발생한다. 한쪽은 크고 한쪽은 작아 균형이 맞지 않으면 작은 쪽은 큰 쪽과 비교하여 늘 만족할 수 없다.
하지만 조화의 관점에서는 크든 작든 전반적으로 어울리면 된다. 큰 쪽은 우월감을, 작은 쪽은 열등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생태계는 균형적으로 맞추어져 있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려져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균형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와 농촌의 조화처럼 지역끼리의 조화이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 이 세상은 지역균형을 억지로 쫓다가 다 똑같은 획일적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하나의 표준화된 무엇에 맞춘다며 모두 똑같이 되어 간다. 균형적인 세상은 사람 중심의 헛된 꿈이다.
조화로운 세상은 서로 다른 다양한 크기, 무게, 색깔, 모양, 성질이지만 자연스레 전반적으로 어울린다. 그런 세상이 진정 살기 좋은 세상이지 않을까?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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