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0>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bindol 2021. 4. 21. 04:52

'감사합니다'라고 했을 때와 '고맙습니다'라고 했을 때 어떤 느낌의 차이가 있을까? 감사란 보답해야(謝) 함을 느낀다(感)는 뜻이다. 중국인이 감사하다며 ''라고 하는 말은 '謝謝'라고 쓴다. 상대방이 내게 해준 것에 대해 갚고(謝) 보답한다(謝)는 뜻이다. 당신에게 보답한다는 영어의 'Thank you'가 딱 이 뜻이다. 고맙다는 말은 순 우리말이다. 어원을 따지면 곰에서 왔다. 그것이 신화이고 설이라 해도 일리 있다. 곰(熊)의 옛말은 고마다. 옛날옛적에 인간이 되길 바랐던 곰, 즉 고마는 동굴에서 쑥과 마늘 스무 쪽만 먹고 백 일 만에 여자(熊女)가 되었고, 하늘의 아들 환웅과 결혼하여 한민족의 시조인 단군을 낳았다. 고맙다는 말은 상대방을 곰처럼 미련하게 여긴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 시조의 어머니처럼 귀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만일 곰이 아니라 호랑이가 여자가 되어 단군의 어머니가 되었다면 우리는 '고맙다' 대신에 '호랑스럽다'라고 했을 터. 이렇게 고맙다는 말은 우리 한(韓) 민족이 중국의 한(漢)자를 받아들이기 전부터 있었던 모계 중심의 토속적 토템(totem) 신앙에서 유래하였다. 그래서일까? '고맙습니다'는 '감사합니다'보다 포근하게 느껴진다. '감사합니다'가 격식있고 의례적인 표현으로 여겨진다면, '고맙습니다'는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여겨진다. 감사합니다는 낮춤말로 '감사해'라고 안 된다. 반면에 고맙습니다는 '고마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인의 'God bless you'가 신이 당신에게 자비를 내려주길 바라며 하는 말처럼 '고맙습니다'는 당신을 우리의 조상 신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단순히 당신에게 보답한다는 감사합니다보다 뿌리 깊고 한국적인 표현이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