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 여자와 여인 ; 어찌 다를까?

bindol 2021. 4. 21. 04:53

사람은 남자와 여자, 남성과 여성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인과 남심이란 말은 사전에도 없고 여인과 여심만 있다. 왜 그럴까?

섹스란 원래 남녀 구분을 뜻하는 성적 용어이다. 사회학적 남녀구분 용어인 젠더와 달리 생물학적 용어다. 섹서스(sexus)라는 라틴어, 나눈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최초의 생물은 암수구분 없이 자웅동체었다. 그러나 생명체의 유전적 다양성을 얻기 위하여 암수로 나뉘게 진화되었다. 하나가 둘이 된 것이다. 음양, 요철(凹凸), + - 등. 세상만물은 둘로 나뉘어졌다. 세상만물이 두루 바뀌어 가는 주역(周易)의 바탕도 무극(●)에서 둘(―, --)로 나뉜 태극(그림)이다. 디지털 세계의 기반도 0과 1, 둘로 나뉜 비트(bit)다. 사람도 남녀 둘로 나뉘지만 여인에 해당하는 남인은 없다. 그 이유는 남자와 비교가 안되는 여인 만의 고유한 모습이 있어서이다. 그래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렛토에 나오는 '여자의 마음'보다 '여인의 마음'이 더 잘 어울린다. 원제목(La donna )처럼 모바일하게 변하는 여인을 표현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여인의 마음은 갈대라는데, 그 뜻은 단지 이리저리 왔다갔다 가볍게 흔들리는 여자의 마음이 아니다. 단순한 남자가 도저히 풀 수 없는 복잡한 여인의 마음을 뜻한다. 중심없이 간사하게 흔들리는 마음이라는 여심에 대한 사전적 정의도 바뀌어야 마땅하다. 女(여)란 손을 앞으로 모으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그 모습이 연약하면서도 경건하니 복잡하다. 여인의 마음은 복잡 다단 미묘하다. 밭에서 힘쓰고 일하는 남(男)처럼 단순 명료 확실하지 않다.

단순한 남자는 복잡한 여인의 모습에 겸허해야 한다. 미묘한 여인의 여심을 다는 모르더라도 이해하려고 애쓸 때 남자는 남심을 가진 남인까지는 못되도 남자다워지는 건 아닐까?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