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건 뭐 두 쪽밖에 없는 놈이 자존심만 세 가지고…."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이다. 자존심만 센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반면에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정신이 혼미해진 사람을 보면 혼자서 뭐라고 계속 작은 소리로 주절거리거나 큰소리로 소란스럽게 지껄인다. 그 말을 유심히 들어보면 대개 어느 누구를 비난하는 말이다. 자기를 업신여긴 사람들을 향한 푸념이나 욕설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데 날 무시했는지 분통해서 공격하는 증오의 말들이다. 얼마나 분했으면 미치는 지경까지 갔는지 안타깝다. 강한 자존심이 상처받으면 이를 못 참고 당장 화를 버럭 낸다. 아니면 화를 죽이며 꾹꾹 참다가 점점 미쳐갈 수 있다. 자존심이 너무 세면 머릿속 정신회로 어딘가가 고장나 부러지기 쉽다.
자존심과 크게 다른 자존감이란 무엇일까? 한자가 다르다. 자존심의 존(尊)은 높이는 것이다.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 자존심이다. 자기를 굽히지 않고 스스로 높이는 마음이다. 반면에 자존감의 존(存)은 살아있는 것이다. 자기가 존재하는 느낌이 자존감이다. 자존심은 완전히 자기 혼자 가지는 것이지만, 자존감은 주로 남이 자기를 느끼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모임에 자존심 센 사람이 빠지면 분위기가 안정되지만, 자존감 있는 사람이 빠지면 그의 부재가 금방 드러난다. 자존심의 세기는 강도로 나타내지만, 자존감의 여부는 존재감의 크기로 나타낸다.
하찮게 보이는 사람도 누구나 자존심을 가지며 산다. 자존심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뻔한 자존심에서 벗어나 특별한 자존감을 가지느냐다.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이 있어야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낄 자격이 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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