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돼서는 아이들에게 야단을 쳐야 할까? 혼을 내야 할까? 비슷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뜻은 영 다르다.
야단법석(野檀法席)이란 부처님께서 야외에 마련된 단에서 법을 설파하는 자리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몰려들어 혼잡하다는 야단법석이란 뜻이 파생되었다. 하지만 야단치다에서의 야단은 야단법석의 야단이 아니라 야기요단(惹起鬧端)에서 나왔다. 시끄러운(鬧) 실마리(端)를 이끌어(惹), 일어나게(起) 한다는 뜻이다. 야기요단의 줄임말은 야료(惹鬧)다. 야료를 부린다는 것은 어떤 트집을 잡고 떠들어 댄다는 뜻이다. 좋은 뜻이 아니다. 야단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다. 야단을 제대로 치려면 핏대와 목소리를 올려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위축되어 야단치는 것이 먹힌다.
혼을 낸다는 것은 야단치는 것과 메커니즘과 다이나믹스가 전혀 다르다. 혼(魂)이란 죽은 사람의 넋이다. 산 사람의 마음 속에 가지는 생각도 혼이다. 혼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혼은 속에서 끄집어 내야 한다. 상대방이 잘못했을 때 혼을 내게 하려면 굳이 야단칠 때처럼 겉으로 열 올리며 시끄럽게 떠들지 않아도 된다. 볼륨을 낮추어 살살 다독여도 얼마든지 상대방의 속에 다가가 혼이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깨우치게 할 수 있다.
야단은 겉에서 치는 것이지만 혼은 속으로부터 내는 것이다. 아이를 야단치면 당장 그 자리에서 효과 있겠지만, 혼을 제대로 내면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달라져 다른 아이가 된다. 하수는 크게 야단을 잘 친다. 고수는 조용하게 혼을 잘 낸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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