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 드림과 비전 ; 꿈이 이루어지려면?

bindol 2021. 4. 21. 04:55

우리는 어릴 때부터 꿈을 가지며 살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과 조직들이 꿈을 가진다. 그러면 꿈이 이루어질까?

꿈(dream)을 한자로 쓰면 희망(希望)에 가깝다. 希는 실을 짜며(爻) 좋은 수건(巾)을 만들길 바라는, 望은 환한 보름달을 멀리 바라보는 것이다. 희망은 앞으로 무엇을 바람이다. 잠잘 때 꾸는 꿈과 달리 깨어있을 때 가지는 꿈은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1960년대에 킹 목사는 꿈을 가지고(I have a dream!) 흑인이 백인과 평등한 사회가 되길 바랐다. 그 꿈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실현되었다.

우리도 꿈을 가진다. 꿈이 실현되려면 남들이 볼 수 없는 확실한 비전을 지녀야 한다. 비전(vision)의 원래 뜻은 봄이고, 한자로 쓰면 안목(眼目)에 가깝다. 안(眼)이란 보는 것이고 목(目)이란 눈이다. 비전이란 보는 눈이다. 남과 달리 보는 능력이다. 드림을 가지지만 비전없이 남들과 똑같은 것을 보면 이루어지는 게 없다. 머리가 커서도(성인이 되어서도) 꿈만 가져서는 안 된다. 뻔한 꿈을 꾸는 남들이 볼 수 없는 다른 비전을 품어야 한다.

가령 어릴 때 그냥 유명한 과학자가 되는 꿈을 가졌다면, 철들고부터는 남들과 다른 무슨 과학자가 되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꿈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남과 달리 보는 비전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킹 목사도 꿈만 가졌다면 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남들이 백인처럼 살고 싶은 꿈만 가지고 있을 때, 그들을 일깨우기 위해 큰북을 치고(drum major) 앞서 나갔다. 남들과 다른 분명한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뻔하고 막연한 드림보다는 남다른 확실한 비전을 가질 때 절실히 바라는 꿈을 비로소 이루게 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