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로 세계화 물결은 대세를 이루고 정착되었다. 그런데 요즘 세계화를 뜻하게 된 글로벌이란 단어가 더 흔해졌다.
원래 세계라는 낱말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글로벌의 뜻이 없다. 세(世)란 열 십(十)이 3개 있는 卋로서 30년 주기의 한 세대이다. 계(界)란 밭(田) 사이의 낀(介) 것으로 경계이다. 그러나 이 시대 글로벌은 세계(世界)의 뜻을 하나로 먹어버리고 말았다. '세계적인=글로벌'이다. 글로벌의 속성이 그렇다. 글로벌(global)은 둥근 공(球)처럼 생긴 지구(globe)의 형용사로 오로지 하나(only one)를 지향한다. '하나로'라는 이름이 흔했던 이유다. 하나로 담배, 하나로 통신, 하나로 마트 등등…. 반면에 국제화라는 낱말에는 인터내셔널의 뜻이 그대로 담겨 있다. 나라 국(國), 사이 제(際)와 똑같이 인터내셔널은 나라(nation) 사이(inter)를 뜻한다. 글로벌의 세계화 시각에서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차이보다는 오로지 하나됨을 추구한다. 다름은 틀린 것이다. 하지만 인터내셔널의 국제화 관점에서는 다름을 존중한다. 그래서 문화와 문화 사이, 민족과 민족 사이, 종교와 종교 사이의 차이를 수용한다. 차이는 틀림으로 부정되지 않고 다름으로 인정된다.
글로벌은 강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주장이기 쉽다. 강자가 자기 손보다 훨씬 큰 장갑(glove)을 끼고 약자들을 하나로 움켜잡기 위한 수단이다. 이 시대의 글로벌(global)은 탐욕스러운 글로벌(gloval)이지 아닐까? 이제 글로벌이 아니라 인터내셔널로 돌아가자. 그래야 세계(世界)라는 낱말의 본래 의미가 살아나 건강한 국제화가 이루어진다. 똑같은 하나의 획일적 지구촌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지닌 촌들의 연합인 지구촌이 이루어진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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