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3>비난과 비판 : 뜻 자체가 다르다

bindol 2021. 4. 21. 04:57

누군가가 나를 비판한다고 하면 나를 비난하며 공격해 들어오는 줄 알고 기분이 상하며 방어막을 치게 된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비난과 비판은 비슷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다만 '비'라는 첫 소리 글자가 같아 비슷하게 여겨질 뿐이다. 비난의 비는 아닐 非이다. 비판의 비(批)는 손(手) 위에 올려 두 사람(比)을 견주는 것이다. 비난(非難)이란 어떤 대상에 대하여 아니라고 나무라며 어렵다고 부정하는 것이다. 난(難)이란 어린 새()가 진흙에 파묻혀 어려운 지경에 있는 모양이다. 상대를 그리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비판(批判)이란 한 측면만 단편적으로 보지않고 여러 면을 견주어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판단하는 일이다. 비난은 조심해서 자제해야 하겠지만 비판은 적극 권장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 보면 비난과 비판은 반대말일 수 있다.

요즘 인문학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 인문학적 사고란 무엇일까? 바로 비판적 사고이다. 인문적 사고의 핵심은 비판적 사고이다. 비판적 사고력, 즉 비판력이 있는 사람은 핏대를 올리며 누구를 야단치며 부정하고 비난하는 힘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 전반적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있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人) 책을 많이 읽으면(文) 인문적 사고가 서고, 인문적 사고가 생활에서 일상화되면 비판적 사고가 생긴다. 비판적 사고가 생기면 어떤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인 비판력이 몸에 밴다. 비판력이 몸에 밴다는 것은 곧 생각이 밝아진다는(哲) 뜻이다. 비판력이 몸에 배면 무슨 일을 하든 잘 할 수 있게 되며, 누구를 만나든 매력을 드러내게 된다. 이제 될수록 비난은 줄이고, 비판은 늘리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