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 아시아는 어디인가? 그런데 동남아라는 말을 가만히 따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할 때 동남아는 태국 등이 아니라 일본이다. 동남아의 기준은 서양사람이 정했다. 그들 중심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동쪽의 맨끝 변방인 극동에 있다.
변방은 가장 끄트머리 주변에 있는 지방이다. 하지만 중심을 없애면 지방은 원래 지역이다. 지방이란 일정한 중심을 기준으로 어느 쪽(方)에 있는 땅(地)이다. 方이란 한자의 위(亠)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좌우로 손잡이가 달린 쟁기 모양이다. 왼쪽 오른쪽 방향처럼 동서남북의 방향을 따져 어느 땅의 이름이 지방이다.
반면에 지역이란 중심이 없이 지리적 특성, 언어나 풍습 등 문화적 특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경계지어진(域) 땅(地)이다. 즉 지역이란 행정적으로 나눈 구역이나 중심을 가진 지방과 달리 문화적 경계로 나뉜 땅이다.
지방에서 지역으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면 서울이 아니라고 해서 기죽고 꿀릴 이유가 없다. 지역사람은 그 지역의 언어와 문화풍습을 어머니 뱃속부터 가지고 살아가는 당당한 자연인이다.
우리처럼 지방 콤플렉스가 유독히 강한 나라는 없다고 한다. 가령 미국 서부 맨 위끝에 위치한 시애틀 사람은 동부 맨 중앙에 위치한 뉴욕 사람에 대한 열등감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지방사람임을 자처한다. 동남권이라는 말도 가만히 따질 필요가 있다. 동남권은 서울사람들 기준으로 하는 말이다. 별생각없이 동남권이라 하면 난센스다. 동남권이 아니라 부울경 지역이라고 해야 옳다.
지방대나 지방사람이라는 말도 안 쓰는 게 좋다. 습관적으로 입버릇처럼 나온다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가다듬고 그런 말을 쓰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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