幽居値春詩
山人久陸沈 幽徑忽春臨
決渠移水碓 開園掃竹林
欹橋久半斷 崩岸始邪侵
短歌吹細笛 低聲泛古琴
錢刀不相及 耕種且須深
長門一紙賦 何處覓黃金
산인구륙침 유경홀춘림
결거이수대 개원소죽림
의교구반단 붕안시사침
단가취세적 저성범고금
전도불상급 경종차수심
장문일지부 하처멱황금
산사람이 오래 세인들과 어울리다보니
그윽한 오솔길에 문득 봄이 다가왔네
도랑을 터 물레방아를 움직이고
원림을 열어 대숲을 쓸어내네
기울어진 다리는 내내 반쯤 잘렸고
무너진 언덕은 바야흐로 비스듬히 침범했네
짧은 노랫소리에 가는 피리 불고
나직한 소리는 칠현금에 띄우네
돈으로는 서로 미치지 못하니
논밭 갈아 씨 뿌리고 또한 깊게 해야 하리
한 편의 <장문부>로
어디에서 황금을 구하나
庾信/南北朝 / 幽居値春詩
- 陸沈: 세상을 피해 은거하지 않고 본의 아니게 속세에서 세인들과 어울려 사는 삶(大隱).
출사(出仕)하지 못해 초야에 묻혀 사는 삶. 나라가 적에게 멸망되는 일.
- 決渠: 도랑을 트다.
- 水碓: 물레방아.
- 古琴: 칠현금(七絃琴).
- 錢刀: 금전(金錢). 칼 모양의 돈.
- 耕種: 논밭 갈고 씨를 뿌려 가꿈(耕耘種植).
- 長門一紙賦: 長門賦는 악부(樂府) 가곡의 이름.
한무제(漢武帝) 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진황후(陳皇后)의 부탁을 받고 지은 작품이다.
당시 陳皇后는 황제의 노여움을 사 장문궁(長門宮)에 별거하고 있었다.
그는 司馬相如에게 황금 100근을 내리고 자신의 억울한 심사를 표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司馬相如가 지어 올린 글이 長門賦다.
武帝는 長門賦를 읽어보고 陳皇后를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