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0] 中共과 越共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공산주의(共産主義)로 체제를 끌어가는 나라는 이제 몇 안 남았다. 그러나 세계 최대 인구 14억 명을 이끄는 중국 공산당의 힘은 여전히 대단하다. 그 중국 공산당을 한자로 줄여서 적으면 중공(中共)이다.
중국의 이웃으로 함께 공산주의 체제를 구성한 나라 중 하나는 베트남이다. 한자로는 월남(越南)으로 적는다. 얼마 전까지 우리도 흔히 사용했던 나라 이름이다. 그 베트남의 공산당을 한자로 약칭하면 월공(越共)이다.
이 ‘월공’은 사실 두 대상을 가리켰다. ‘베트남 공산당’ 외에 남북 분단 시절 북베트남의 지원을 받아 게릴라전을 벌였던 ‘베트콩’도 같은 한자로 적는다. ‘베트남 민족주의 해방 전선(NLF)’ 소속 ‘베트남 공산주의자’의 지칭이다.
베트콩은 이미 사라졌다. 따라서 이제는 ‘월공’이라고 적으면 곧 베트남 공산당을 의미한다. ‘중공’과 ‘월공’은 모두 공산주의를 신봉해서 사이가 좋을 듯하지만, 역사적 갈등과 영해(領海) 분쟁 등으로 아주 관계가 나쁘다.
‘중공’이 먼저 1978년 개혁·개방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뒤질세라 ‘월공’ 또한 1986년 ‘도이모이’라고 하는 쇄신책을 내걸고 개혁·개방에 나선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둘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중공’은 덩치가 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경제 영역 외의 정치 분야 개혁에서는 진도가 지지부진이다. 오히려 요즘에는 1인 권력 체제를 강화하며 정치 개혁과는 점차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그에 비해 권력 분점 등을 잘 유지하며 ‘월공’은 민주화 등 정치 개혁 청사진까지 그리고 있다.
이름값 때문인지 ‘중공’은 중심(中心)으로 권력을 몰아가는 데 강하게 집착한다. ‘월공’은 그와 달리 공산주의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추세다. 마침 그 한자 이름을 뜻으로만 읽으면 ‘공산주의[共]를 뛰어넘다[越]’이니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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