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1] 휩쓸리기 쉬운 중국인 심성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보는 무대 예술이 있다. 이른바 국극(國劇)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전통 오페라다. 베이징(北京) 일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까닭에 보통 경극(京劇), 경희(京戲)라고도 한다.
요란한 기악(器樂)과 함께 독특한 동작이 곁들여진다. 의상은 물론이고 배우들의 화장 또한 아주 화려하다. 그 분장은 현란하다 싶을 정도로 색조가 다양하다. 그렇지만 다양함 속에 뚜렷한 흐름도 있다.
주조(主調)는 홍(紅), 흑(黑), 백(白), 황(黃)이다. 붉은색은 뜨거운 피를 지닌 사람이다. 덕목으로 말하면 충의(忠義)다.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 충성과 의리로 유명한 관우(關羽)가 대표적인 얼굴이다.
까만 얼굴은 진실을 가리킨다. 엄정한 판결로 이름을 떨친 판관 포청천(包靑天)이 대표 인물이다. 하얀색은 그 반대다. 간사하며 나쁜 꾀를 내는 사람이다. ‘삼국연의’의 조조(曹操)가 그 대표다. 누런 얼굴은 능력이 뛰어나지만 어두운 욕망을 품은 사람이다.
중국 전통 연극 무대 위 얼굴 분장의 주조인 홍, 흑, 백, 황 등의 이미지는 단순하다. 충신과 간신을 가르는 충간(忠奸)이 우선이다. 그 뒤에 다시 착함과 악함을 따지는 선악(善惡)이 붙는다. 중국인 심성(心性)의 토대다.
그래서 중국 대중은 ‘충간’과 ‘선악’에 쏠려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쉽다. 대표적인 사례가 둘 있다. 120여년 전 왕조에 충성하며 외세를 무조건 배격한 의화단(義和團), 1960년대 문화대혁명 때 중국을 극좌(極左)의 광기(狂氣)로 몰아간 홍위병(紅衛兵)이다.
체제에 광적인 충성을 바쳤던 점이 이들의 특징이다. 요즘 문화대혁명에 관한 긍정적 평가가 슬슬 나온다. 어쩌면 ‘충간’과 ‘선악’의 무대가 또 펼쳐질지 모른다. 과격한 민족주의로 무장한 ‘의화단’과 ‘홍위병’이 그 무대에 다시 오르고 있는지 큰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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