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도쿄올림픽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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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 지사에겐 “한일 합방은 조선인이 원했다” 등의 망언 기록이 수두룩하다. 한국만 아니라 미국, 중국, 여성 등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그가 도쿄지사 때 시작한 것이 도쿄올림픽 유치다. 15년 전 일본 후보 도시 결정 회의 때 한심한 장면을 봤다. 도쿄 유치 반대 연설을 한 재일 한국인 강상중 교수에게 그는 “수상한 녀석” “건방진 외국인” 등 막말을 쏟아냈다. 이러고도 도쿄가 후보로 선정됐다.

▶“1964년 도쿄올림픽의 영광을 재연해 보자”고 했다. 과거지향적인 구호에 국민은 뜨악해 했다. 그 탓에 2016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탈락했다. 이 분위기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바꿨다. “올림픽으로 패전(敗戰)에서 일어섰다. 지진에서도 일어서자.” 아베 정권의 지원으로 이시하라의 ‘어게인 1964년'이 부활했다. 80% 국민이 올림픽 유치를 지지했다.
▶정치적 탄생 탓일까. 곡절이 참 많다. 여론이 다시 거꾸로 돌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70~80%가 개최를 반대했다. 26일자 아사히신문의 반대 사설 일부다. “선수와 관계자 9만명이 일본에 입국한다. 자원봉사자까지 십수만이 활동하고, 끝나면 각자 나라로 돌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오고, 각지로 퍼져나갈 우려를 씻을 수 없다.”
▶일본 기자에게 “백신을 맞혀서 데려오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백신을 다른 나라에 보내면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 코가 석자’라는 뜻이다. 일본의 백신 접종은 한국보다 16 순번 아래인 세계 130위다. 1980년대 일본은 약을 잘못 허가해 혈우병 환자의 40%인 1800명을 에이즈에 감염시켰다. 400명이 사망했다. 이런 트라우마 탓에 이번에도 정부가 백신 허가를 질질 끌었다. 일찌감치 1억7000만회 분을 계약하고도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승인을 낸 게 불과 엿새 전이다. 확진자도 매일 4000명씩 발생한다. 올림픽 반대 여론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은 재일 한국인이다. 57일 후 태극 마크를 달고 도쿄 부도칸(武道館)에 서기 위해 일생 국적을 바꾸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올림픽이 사라진다면? 9만명 중 일부가 바이러스를 안고 일본에 들어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세계인 9만명이 키워 온 올림픽의 꿈도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200여 국가대표가 청춘을 바쳐 꿈을 키웠다. 쉽게 시작했다고 쉽게 내던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바이러스를 꺾어야지 꿈을 꺾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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