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사(死)와 발음이 비슷해서, 또는 한자 4(四)가 사람(人)을 가둔(?) 모양이라 불길하다는데? 4는 4번 타자처럼 좋은 경우들이 더 많은 길한 수다. 4에 비해 13이 흉한 수로 여겨지는 이유는 단순치 않다. 13이 불쌍한 불상(不祥)의 수가 된 서너 가지 설들이 있다. 굳이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한 내용들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들 설들에 공통점이 있다. 그냥 13이 아니라 12+1의 13이다. 완전한 순환을 뜻하는 숫자 12에 1이 더해졌다면 12보다 더 좋은 수를 뜻할 수 있다. 그래서 13이 원래 가장 길한 수였는데 소수 엘리트들이 자기네들끼리만 사용하려고 13을 불길한 수로 만들었다는 음모설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미국 성조기에는 13개 줄이 그어져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지폐인 1달러 속 미국 정부 휘장에서 독수리는 오른 발에 13개 올리브잎, 왼 발에 13개 화살촉을 들고, 머리 위로 13개 별을 이고 있다. 뒷면에 피라미드도 13층이다. 물론 1776년 미국 독립 당시에 13개 주가 참여해 그랬다지만 13이 정말로 불길한 수라면 나중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200년이 넘도록 아직도 바꾸지 않았으니 멀쩡한 13을 괜히 안 좋은 수로 여기지 않아도 되겠다.
13이 불길한 불상(不祥)수냐, 반대로 상서로운 길상(吉祥)수냐의 논의를 떠나 13을 다른 관점에서 살피면 의미 있고 재미있는 사실들이 발견된다. 13은 한 번의 완전한 순환인 한 다스 12(dozen)에 1이 더해진 숫자다. 다시 시작하는 어린 젊음의 숫자다. 13부터 틴(teen)이 붙는 이유다. Thirteen Fourteen Fifteen Sixteen Seventeen Eighteen Nineteen.
틴에이지(Teen Age)인 이 때는 오행설에서 나무 木 성질이다. 색깔로는 녹색을 포함하는 푸를 청(靑)이다. 중국어로는 틴과 비슷하게 칭(qing)이다. 방위로는 해 뜨는 동쪽이며, 계절로는 꽃 피는 봄이다. 가장 싱싱한 초봄이다. 중·고등학생 때다. “청춘을 돌려다오”라고 하지만 이 때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개 이 시기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 불안한 질풍노도의 세월이다. 그 심정을 절규하듯 토해낸 음악이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다. 틴(13~19) 영혼 냄새가 나다니? 스멜은 좋은 냄새가 아니다. 뜻이 모호한 가사를 보자면 거친 냄새다. 코베인(Kurt Cobain 1967~1994)은 1991년 이 노래로 전 세계 청춘들 마음에 불을 활활 지피곤 3년 후 그의 밴드명처럼 스스로 열반(Nirvana)에 들었다. 엄청난 대히트곡이지만 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 않았단다. 어린 시절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저승에서 그가 자기처럼 살지 말라며 타이를 듯 싶다.
“13~19세 틴들아! 참으로 아프고 힘든 시기를 사는구나. 봄에 올라오는 청녹색 새싹처럼 여려도 힘차게 견디며 살거라! Hi Teen, Be qing!”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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