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7> 大學之道

bindol 2021. 5. 31. 16:24

큰 대(大-0)배울 학(子-13)갈 지(丿-3)길 도(辵-9)

 

앞으로 '大學(대학)'의 원문 전체를 한 글자 한 글자씩 따져서 읽고 풀이하며 해석할 것이다. 현재 널리 읽히고 있는 朱熹(주희)의 '大學章句(대학장구)'가 아닌 '古本大學(고본대학)', 즉 '禮記(예기)'에 실려 있던 본래의 '대학'을 다룬다. 그래야 '대학'에 담겨 있던 정치철학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대학지도, 재명명덕, 재친민, 재지어지선.) "큰 배움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을 가까이하는 데 있으며, 지극히 좋은 것에 머무는 데 있다."

'대학'이라는 글이 지향하는 바가 매우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사실 이것이 '대학'의 전부다. 나머지 문장은 모두 이 첫 구절을 부연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짤막한 구절에 담긴 뜻은 과연 무엇이며, 왜 이것을 '대학'의 서두로 삼았는가?

大學(대학), 곧 큰 배움이란 궁극적으로는 정치를 위한 밑천을 가리킨다. 흔한 말로 두루 배우고 많이 들어서 안다는 '博學多識(박학다식)'이나 갖가지 책을 널리 읽고 잘 외우는 '博覽强記(박람강기)'는 큰 배움의 시작일 뿐, 이것으로 큰 배움이 온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두루 배우고 아는 것을 바탕으로 자신을 잡도리하거나 사람들과 어우러지거나 사회적으로 또는 국가적으로 큰일을 알맞게 해내는 데에 이르러야 비로소 큰 배움은 완성된다. 여기에서 큰 배움의 길을 셋으로 나누어서 말한 것도 이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큰 배움의 길은 '明明德(명명덕)'에서 시작하여 '親民(친민)'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하고 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다. 친민이야말로 정치의 궁극이고 정치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止於至善(지어지선)'을 덧붙인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학의 道(도), 즉 큰 배움의 '길'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이란 목표나 목적지가 아니다. 사람이 가야만 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과정이나 방법을 뜻한다. 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그 가운데에 길게 이어져 있는 것, 그것이 길이다. 그 길이 바로 '지어지선'이라는 말이다. '명명덕'에서 시작되어 '친민'에서 끝나는 정치의 길은 '지어지선'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뜻이며, '지어지선'에서 벗어나면 정치나 통치가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