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9> 不由其誠, 不盡其材

bindol 2021. 5. 31. 17:39

아니할 불(一-3) 말미암을 유(田-0) 그 기(八-6) 지극할 성(言-7) 다할 진(血-9) 재주 재(木-3)

 

공자는 "有敎無類"(유교무류)라 하여 배우기를 바라고 찾아온 이라면 그 신분을 묻지 않고 누구에게나 가르쳤다. 공자로부터 私學(사학)이 시작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면 누가 공자를 찾아가서 배우려 했으며 무얼 배우려 했는가? 벼슬을 하고 싶은 미천한 이들이 찾아가서 仁義(인의)와 禮樂(예악)의 정치를 배웠다.

그런데 벼슬이라는 목적에 집착하면 얄팍하게 배우는 데서 그치고, 욕심이 앞서면 의도치 않게 옆길로 샌다. '論語(논어)' '泰伯(태백)'편을 보면, "三年學, 不至於穀, 不易得也."(삼년학, 부지어곡, 불이득야)라는 구절이 나온다. "3년 동안 배우고도 녹봉을 구하려 하지 않는 사람을 얻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대체로 공부를 시작한 지 3년쯤 되면 무언가 큰일을 해낼 수 있을 만한 능력이 생긴 듯이 여겨져 전에 없던 자신감으로 충만해진다. 그럴 때면 당장에 세상에 나가서 쓰이기를 바라게 되는데, 바로 그런 때일수록 자신을 돌아보며 더욱더 다져야 한다. 공자처럼 야무진 스승에게서 배워도 3년은 짧은 기간인데, 하물며 공자보다 못하거나 어설픈 스승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今之敎者, 呻其佔畢, 多其訊, 言及于數, 進而不顧其安, 使人不由其誠, 敎人不盡其材, 其施之也悖, 其求之也佛. 夫然, 故隱其學而疾其師, 苦其難而不知其益也, 雖終其業, 其去之必速. 敎之不刑, 其此之由乎!"(금지교자, 신기점필, 다기신, 언급우수, 진이불고기안, 사인불유기성, 교인부진기재, 기시지야패, 기구지야불. 부연, 고은기학이질기사, 고기난이부지기익야, 수종기업, 기거지필속. 교지불형, 기차지유호!)

"지금의 교육이란 눈앞의 책을 되풀이해서 읽기만 하고 (깊은 뜻은 모르며) 질문을 번다하게 하여 말이 잡다할 뿐이고, 학습의 진도에만 급급하여 학생의 상황은 돌아보지 않으며, 온 마음을 다 기울이게 하지 못하고 가르쳐도 그 재능을 다하지 못하게 하며, 주는 것도 어그러져 있고 구하는 것도 어긋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운 것을 숨기려 하고 스승을 미워하며, 공부가 어렵다고 힘들어만 하고 그것이 보탬이 되는 줄은 모르니, 학업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서둘러 내버린다.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리라"

역시 '禮記(예기)'의 '學記(학기)'에 나오는 글이다. 저 옛날의 부실한 교육이 어쩌면 이리도 지금과 비슷한가! 그럼에도 개개인이 자유롭게 살고 한 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로 서야만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대학'은 이 전제에서 출발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