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 志有定向

bindol 2021. 6. 1. 04:51

뜻 지(心-3), 있을 유(月-2), 정해질 정(-5), 향할 향(口-3)

 

'大學集註(대학집주)'에서 주희는 앞서(〈26〉) 소개한 定(정), 靜(정), 安(안), 慮(려), 得(득)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다. "知之, 則志有定向. 靜, 謂心不妄動; 安, 謂所處而安; 慮, 謂處事精詳; 得, 謂得其所止."(지지, 즉지유정향. 정, 위심불망동; 안, 위소처이안; 려, 위처사정상; 득, 위득기소지.

"이를 안다면 뜻에 정해진 방향이 있을 것이다. 정은 마음이 함부로 흔들리지 않는 것을 이르고, 안은 머문 곳에서 편안해 하는 것이며, 려는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정밀하고 상세함을 이르고, 득은 머물 곳을 얻음을 이른다."

"이를 안다"는 것은 '至善之所在(지선지소재)'를 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미 지극히 좋은 데를 알고 머무는데, 무엇이 더 필요한가? 머물 곳을 알아 머물고 있다면, 이미 그 뜻이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 어찌 다시 뜻에 정해진 방향이 있다고 말하는가? 지극히 좋은 데를 알고 머무는 사람의 마음이 과연 함부로 흔들릴까? 그곳이 편안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는 '止於至善(지어지선)'의 '止(지)'와 '知止(지지)'의 '止(지)'를 혼동한 데서 말미암은 그릇된 해석이다.

제대로 해석하려면, 앞서 말했듯이 이 구절을 明明德(명명덕)을 위한 단계로 보아야 하며, 사람들이 흔히 맞닥뜨리는 경우와 관련해서 풀어가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을 겪는데, 스스로 계획한 대로나 예상한 대로 일이 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에 곧잘 맞닥뜨린다.

그것이 바랄 만한 일이나 사태라면 좋겠으나, 대부분은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체로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먼저 느끼고, 이어 허둥대거나 걱정한다. 때로는 그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해진다. 그것은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배우고 익힌 것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일들만 겪는다면, 참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 앞으로 일어날 일들, 다가올 사태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거의 그렇지 못하다. 특히, 내가 마주한 사람의 표정이나 언행이 突變(돌변)하는 경우, 한창 진행하고 있는 일이 느닷없이 변경되거나 예상하지 못한 變數(변수)가 생기는 경우, 늘 믿고 있었던 사람에게서 무언가 꺼림칙한 것이 느껴지고 불안해지는 경우, 그러한 경우에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저 당황하고 말 것인가? 허둥대다가 아주 그르칠 것인가? 아니면, 사태의 핵심을 파악해서 헤치고 나갈 것인가? 이 구절은 바로 그러한 때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細分(세분)해서 말해주고 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