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5> 至公無私

bindol 2021. 6. 1. 04:46

- 이를 지(至 - 0)공변될 공(八 - 2)없을 무(火 - 8)사사로이할 사(禾 - 2)

 

앞서 이미 善(선)의 어원에 대해 말한 바 있다.(<20>) 송사에서 신령한 짐승을 가운데 두고 원고와 피고가 각각 맹세하고 판결을 받는 형태의 글자라고 말이다. 이는 곧 神意(신의)를 따른다는 뜻인데, 다시 말하면 인간의 사사로움이 전혀 개입되지 않아서 公平無私(공평무사)하고 公明正大(공명정대)하다는 뜻이다.

'尙書(상서)'의 '洪範(홍범)'에 나온다. "無偏無陂, 遵王之義; 無有作好, 遵王之道; 無有作惡, 遵王之路. 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 無反無側, 王道正直. 會其有極, 歸其有極."(무편무피, 준왕지의; 무유작호, 준왕지도; 무유작악, 준왕지로. 무편무당, 왕도탕탕; 무당무편, 왕도평평; 무반무측, 왕도정직. 회기유극, 귀기유극.)

"치우치지 말고 쏠리지도 말아서 왕의 올바름을 따르고, 혼자 좋아하는 일을 하지 말아서 왕의 도를 따르고, 혼자 싫어하는 일을 내치지 말아서 왕의 길을 따르라. 치우침도 없고 편드는 일도 없으면 왕의 도는 아주 넓어지고, 편드는 일도 없고 치우침도 없으면 왕의 도는 매우 고르게 되고, 거꾸로 함도 없고 기울어짐도 없으면 왕의 도는 바르고 곧으리. 법칙을 지키는 이를 모으면, 법칙을 지키는 이들이 돌아오리라."

이는 왕의 길이 공평무사에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순자'의 '君道(군도)'에서도 군주는 "以禮分施, 均徧而不偏"(이례분시, 균편이불편)이라고 했다. "예의에 따라 나누고 베풀며, 두루 고르게 하되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공평무사는 왕의 길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릇 실무를 담당하는 관리들, 곧 왕의 신하들도 마찬가지로 지켜야 할 법도요 법칙이다. '說苑(설원)'의 '至公(지공)'편에 나온다.

"彼人臣之公, 治官事則不營私家, 在公門則不言貨利, 當公法則不阿親戚, 奉公擧賢則不避仇讎."(피인신지공, 치관사즉불영사가, 재공문즉불언화리, 당공법즉불아친척, 봉공거현즉불피구수)

"저 신하 된 자의 공정함이란 공무를 처리할 때는 사사로움을 위해 힘쓰지 않고, 공직에 있을 때는 재화와 이익을 말하지 않으며, 공법을 실행할 때는 친척에게 편들지 않고, 공공을 위하여 현명한 이를 천거할 때는 원수라도 피하지 않는다."

권한이나 위세를 가진 자가 사사로운 마음을 갖는 순간, 공평무사해야 할 일이 치우침과 쏠림으로 얼룩진다. 이래서는 백성들이 풍족하게 또 고르게 잘 살기는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공평무사와 공명정대야말로 통치 또는 정치의 길에서 결코 벗어나서는 안 될 가장 좋은 길, 곧 至善(지선)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