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를 정(止-1)길 도(辵-9)저울추 권(木-18)
'中庸(중용)'에 다음 구절이 나온다.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박학지, 심문지, 신사지, 명변지, 독행지)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삼가 생각하고 환하게 가려내고 도탑게 행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이를 이렇게 해석한 적이 있다. "널리 배우는 일에서 도탑게 행하는 일까지는 밖에서 안으로, 대상에서 내 몸으로 향하는 익힘의 과정을 말한 것이다.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는 것'은 내 몸 밖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고, '삼가 생각하고 환하게 가려내는 것'은 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말하자면, 밖을 향해서 배우고 물은 뒤에 안으로 생각하고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뒤에 그 모든 것을 몸에 갈무리해두어야 하는데, 그것은 도탑게 행함으로써 마무리된다."('중용, 어울림의 길')
이는 실천적인 공부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한편, "知止而后有定 … 慮而后能得"(지지이후유정 … 려이후능득)은 어떤 문제나 난관에 부닥쳤을 때, 해답이나 대응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한 것이다.
'중용'의 구절이 평소에 공부하는 법에 대해 말한 것이라면, '대학'의 이 구절은 갑작스럽거나 돌연한 사태가 닥쳤을 때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래서 이 구절에 담긴 본뜻을 꿰뚫고 알아서 실제 내 삶 속에서 운용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울 수 있다. 아니, 참으로 어렵다!
'論語(논어)'의 '子罕(자한)'편에 나온다.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가여공학, 미가여적도; 가여적도, 미가여립; 가여립, 미가여권) "함께 배울 수는 있어도 함께 도로 나아갈 수는 없고, 함께 도로 나아갈 수는 있어도 함께 꿋꿋이 지켜갈 수는 없으며, 함께 꿋꿋이 지켜갈 수는 있어도 함께 상황에 맞게 일해 나갈 수는 없다."
유가의 道(도)는 크게 두 가지 뜻을 갖는다. 正道(정도)와 權道(권도)다. 정도는 언제나 바른 길이고, 한결같이 지켜서 바꾸어서는 안 될 큰 길이다. 常道(상도)나 常經(상경)과 같은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형세가 바뀌고 추세도 달라진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일상조차 늘 달라서 때로 곤혹스럽다. 이런 크고 작은 변화들 속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상황을 잘 판단해서 알맞게 대처해야 한다. 그게 權道(권도)다. 위에서 말한 適道(적도)의 '도'는 正道(정도)고, '權(권)'은 權度(권도)다. 공자는 "함께 도로 나아갈 수 있는 것"보다 "함께 상황에 맞게 일해 나가는 일"이 훨씬 힘들고 어렵다고 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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