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를 정(止-1)싸울 합(口-3)기이할 기(大-5)이길 승(力-10)
흔히 兵法(병법)이라 하면, 전투나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이나 원칙을 잘 정리한 책쯤으로 여긴다. 사실 그렇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것을 병법의 전부로 안다면, 실제 상황에서 쓰디쓴 패배를 맛보기 십상이다.
수학을 公式(공식)이나 定理(정리)만 익힌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凡戰者, 以正合, 以奇勝. 故善出奇者, 無窮如天地, 不竭如江河. 終而復始, 日月是也; 死而復生, 四時是也. 聲不過五, 五聲之變, 不可勝聽也; 色不過五, 五色之變, 不可勝觀也; 味不過五, 五味之變, 不可勝嘗也; 戰勢不過奇正, 奇正之變, 不可勝窮也. 奇正相生, 如環之無端, 孰能窮之"(범전자, 이정합, 이기승. 고선출기자, 무궁여천지, 불갈여강하. 종이부시, 일월시야; 사이부생, 사시시야. 성불과오, 오성지변, 불가승청야; 색불과오, 오색지변, 불가승관야; 미불과오, 오미지변, 불가승상야; 선제불과기정, 기정지변, 불가승궁야. 기정상생, 여환지무단, 숙능궁지)
"무릇 전쟁이란 정으로써 적과 싸우고 기로써 이긴다. 그러므로 기를 잘 쓰는 자는 천지의 변화처럼 끝이 없고 강과 바다처럼 마르지 않는다. 끝난 듯하면서 다시 시작되는 것이 해와 달이고, 죽은 듯하면서 다시 살아나는 것이 사계절이다. 소리의 기본은 궁·상·각·치·우 다섯 가지에 지나지 않지만 이 다섯 가지 소리의 변화는 이루 다 들을 수 없고, 색깔의 기본은 파랑·노랑·빨강·검정·하양 다섯 가지에 지나지 않지만 이 다섯 가지 색깔의 변화는 이루 다 볼 수 없으며, 맛의 기본은 단맛·쓴맛·신맛·짠맛·매운맛 다섯 가지에 지나지 않지만 이 다섯 가지 맛의 변화는 이루 다 맛볼 수 없고, 전쟁에서 勢(세)는 기와 정에 지나지 않지만 기와 정의 변화는 그 끝을 알 수 없다. 기와 정은 서로 북돋워주어 마치 둥근 고리처럼 끝이 없으니, 누가 이를 다할 수 있겠는가?"
'孫子兵法(손자병법)'의 '勢(세)'에 나오는 대목이다. 正(정)은 원칙이나 법칙으로서 定則(정칙)이라 할 수 있고, 기(奇)는 그 원칙이나 법칙을 상황에 따라 알맞게 활용하는 것으로 適用(적용)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적용인데, 이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적용은 끊임없이 바뀌고 달라지는 상황이나 형세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해진 규칙이 없는 것이 적용이다.
흔히 말하는 '臨機應變(임기응변)'을 떠올리면 된다. 이것이 병법에서 말하는 적용으로서 奇(기)요, 기기묘묘한 계책 또는 기이한 계책으로서 奇(기)다. 이 奇(기)를 모르면서 병법을 안다고 하는 자는 고작 병법에 쓰인 正(정)만 고집하는 자로, 이른바 '紙上兵法(지상병법)'이나 '紙上談兵(지상담병)' 수준에서 머문 자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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