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 지(矢-3)멈출 지(止-0)
앞서 '大學之道(대학지도)'의 요체인 '明明德(명명덕)'과 '親民(친민)' 그리고 '지어지선(止於至善)'을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는데, 첫 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다.
"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지지이후유정, 정이후능정, 정이후능안, 안이후능려, 려이후능득)
"멈출 줄 안 뒤에야 차분해지고, 차분해진 뒤에야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해진 뒤에야 편안할 수 있고, 편안해진 뒤에야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생각한 뒤에야 깨달을 수 있다."
여기서 언급되는 글자들은 모두 깊고 넓은 뜻을 함축하는데, 일단 간단하게 글자 풀이를 하자면 이렇다. 后(후)는 後(후)와 같다. 定(정)은 정하다, 바로잡다, 머물다는 뜻으로, 가닥을 잡기 위해 마음을 가라앉히다, 차분해지다는 말맛을 담고 있다.
靜(정)은 고요하다, 조용하다는 뜻으로, 차분하고 잔잔해진 마음이 바깥의 사물에도 흔들림이 없이 이어진다는 말맛을 담고 있다. 安(안)은 편안하다는 뜻으로, 조마조마하거나 두근거릴 만한 사태가 전혀 없다는 말맛을 담고 있다. 慮(려)는 두루 생각하다, 깊이 꾀하다는 뜻이다. 得(득)은 마땅함을 얻다, 알맞음을 알다, 깨닫다는 뜻이다.
앞서 '대학의 도'에 대해 간결하게 정리해서 말했는데, 여기서는 '대학의 도'를 체득하고 실현하기 위한 그 최초의 단계를 거론하고 있다. 밝은 덕을 밝히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 즉 명명덕의 구체적인 방법을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을 바탕으로 매우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얼핏 보아서는 이게 무슨 뜻인가 여겨질 수도 있으나, 그만큼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것을 콕 집어서 끄집어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구절의 해석에서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것은 '知止(지지)'의 '止(지)'를 앞서 나온 '止於至善(지어지선)'의 '止(지)'와 혼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개 이 구절이 앞 구절의 말미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글자는 같으나, 함의는 매우 다르다. 그리고 이 구절은 '지지'에서 시작되고 '得(득)'에서 끝나기 때문에 '지지'의 해석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이 구절 전체의 해석도 달라진다.
가령, 주희는 '지지'의 '지'에 대해 이렇게 주석을 달았다. "止者, 所當止之地, 卽至善之所在也."(지자, 소당지지지, 즉지선지소재야) "지는 마땅히 그쳐할 할 곳이니, 바로 가장 좋은 것이 있는 곳이다."
이는 '지어지선'의 '지'와 동일한 것으로 보고 해석한 것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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