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 지(矢-3)사람 자(老-5)좋아할 요(木-11)물 수(水-0)
格物(격물)이 왜 치국평천하에 중요한가?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격물은 수신의 처음이다. 수신은 덕을 쌓는 일이고, 덕에는 두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仁(인) 곧 어짊이고, 또 하나는 知(지) 곧 앎이다. 공자는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지자요수, 인자요산. 지자동, 인자정. 지자락, 인자수) 곧 "아는 자는 물을 즐기고, 어진 자는 산을 즐긴다. 아는 자는 움직이고, 어진 자는 고요하다. 아는 자는 즐겁고, 어진 자는 오래 산다"고 했고, 또 "仁者, 安仁; 知者, 利仁"(인자, 안인; 지자, 리인) 곧 "어진 자는 어짊을 편안하게 여기고, 아는 자는 어짊을 이롭게 여긴다네"라고도 말했다. 어짊과 앎을 아울러 말한 것은 어짊과 앎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짊을 공자는 愛人(애인) 곧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은 단순하거나 간단하지 않다. 상대에 따라, 처지나 상황에 따라 사랑하는 방법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상대를 잘 알지 못하거나 상황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랑을 오롯하게 전하기 어렵다. 방법이 적절하지 않으면 도리어 오해를 부르거나 자칫하면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상대를 잘 알고 상황도 잘 파악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앎의 영역이다. 앎이 갖추어져야 어짊도 오롯해진다. 공자가 어짊과 앎을 아울러 말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수신의 핵심은 덕을 갖추는 일이지만, 그 덕을 집안이나 나라, 천하에 펴려면 앎 또한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 앎은 크게 사람을 아는 것과 사물을 아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제자가 앎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는 知人(지인) 곧 "사람을 아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앎은 사람을 아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해서 이것을 전부라고 여겨서는 곤란하다. 사람을 아는 것이 앎의 뿌리고 처음이며 실마리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일 따름이다.
사람만 알고서 어찌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태평하게 할 수 있겠는가? 집안을 가지런히 하기 위해서는 집안사람들이 먼저 먹고 입으며 살 수 있도록 살림을 장만해야 한다.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성들이 잘 먹고 살도록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고 또 농사지을 때를 빼앗지 말아야 하며, 다투거나 어지럽히지 않도록 교화를 펴고 법규도 세워야 한다.
이 모든 일은 만물을 잘 이용하고 세상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해야 가능하다. 한마디로 사물의 알속과 법칙을 알아야 가능하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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