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73> 隨時而變, 因俗而動

bindol 2021. 6. 2. 07:44

- 따를 수(阜 - 13)때 시(日 - 6)어조사 이(而 - 0)바꿀 변(言 - 16)
- 좇을 인( - 3)풍속 속(人 - 7)움직일 동(力 - 9)

 

과연 통치나 정치에서는 무엇이 무겁고 무엇이 가벼울까? 군주의 권력이나 체면이 무겁고, 신하의 견해나 백성의 생명은 가벼운가? 군주가 절대 권력을 쥐고 통치하던 왕정 시대에도 그게 당연했을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 군주들이 제대로 통치한 적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위태로웠다. 그렇게 보면 文帝(문제)는 통치의 뿌리를 알고 정치의 원리를 잘 파악한 明君(명군)이라 할 만하다. '관자'의 '正世(정세)'에 다음 글이 나온다.

"이른바 옛날의 현명한 군주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상을 마련해서는 엷게 주기도 하고 두텁게 주기도 하며, 금령을 세워서는 가볍게 하기도 하고 무겁게도 하니, 실행한 일이 반드시 같지는 않았다. 다만 서로 반대되지는 않았고, 모두 때에 따라 바꾸었으며 풍속을 좇아 움직였을 뿐이다.

무릇 백성이 조급하고 행동이 치우치면 상을 두터이 하고 금령을 무겁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성인이 두터운 상을 마련한 것은 사치가 아니고, 무거운 금령을 세운 것은 포악이 아니다. 상이 엷으면 백성이 이롭게 여기지 않고, 금령이 가벼우면 사악한 자가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롭게 여기지 않는 것을 가지고 부리려 하면 백성은 있는 힘을 다하지 않고,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가지고 금지하려고 하면 사악한 자는 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법률을 세우고 명령을 내려도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상으로써 힘쓰게 하지 못하면 사인들과 백성을 부릴 수 없고, 형벌로써 두렵게 하지 못하면 포악한 자가 금령을 가볍게 어긴다.

백성은 위엄에 굴복한 뒤에야 따르고, 이익을 본 뒤에야 힘쓰며, 다스림을 받은 뒤에야 바르게 되고, 편안한 곳을 얻은 뒤에야 차분해진다. 저 도적을 누르지 못하고, 사악한 짓이 그치지 않으며, 강자가 약자를 위협하고, 다수가 소수를 사납게 대하는 것, 이것이 천하의 걱정거리고 온 백성의 근심거리다. 걱정거리와 근심거리를 없애지 않으면 백성은 편안하게 살지 못하고, 백성이 편안하게 살지 못하면 백성은 군주에게 희망을 갖지 않는다."

'정세'는 세상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세나 추세에 따라 알맞게 해야 한다. 이것이 "때에 따라 바꾼다"는 '隨時而變(수시이변)'이다. 또 온갖 사사로운 마음이 일어나 서로 다투므로 세상이 어지럽다. 이를 바로 잡는 것이 곧 "풍속을 좇아서 움직인다"는 '因俗而動(인속이동)'이다. 이렇게 시세나 풍속을 잘 살펴서 때맞게 변화를 주어 알맞게 하는 것이 '앎의 지극함'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