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헐뜯을 비(言 - 8)하리놀 방(言 - 10)허물 죄(网- 8)요망할 요(女 - 4)말할 언(言 - 0)
연좌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뿐 아니라 그와 특정한 관계에 있는 이들까지 모두 죄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으로, 부모와 처자, 형제, 사촌과 팔촌에 이르기까지 적용했다. 모반이나 반란 등 대역죄를 지으면 삼족에서 구족까지 멸한 일을 역사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秦(진) 제국의 丞相(승상)이었던 李斯(이사)도 모반을 꾸몄다는 명목으로 그 자신과 아들들뿐만 아니라 三族(부모, 처자, 형제)이 한꺼번에 죽임을 당했다. 하물며 백성은 어떠했겠는가?
사실 文帝(문제)는 여씨 일족을 축출한 개국공신들이 가장 만만하게 여겨서 추대한 황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갑작스레 즉위한 문제로서는 조정 내 지지 기반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널리 관리와 백성의 신망을 얻는 것이 긴요한 일이었다. 연좌제 폐지에는 그런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그 정책의 의의와 가치는 결코 폄하될 수 없다.
문제의 연좌제 폐지는 결코 형벌의 위중함을 간과한 것이 아니다. 형벌은 분명히 嚴重(엄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公明正大(공명정대)함을 잃어서도 안 된다. 게다가 법령이나 형벌은 국가의 안위와 백성의 삶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권력자가 통치나 정치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문제에게는 이런 인식이 있었으므로 백성의 삶을 도탑게 하려고 형법을 가볍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신하들의 도움을 받고 민심도 알아야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誹謗罪(비방죄)와 妖言罪(요언죄)에 관한 법률 때문이었다. 요언죄는 流言蜚語(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죄를 이른다. 그리하여 문제는 재위 2년째에 다음의 조서를 내렸다.
"옛날에 천하를 다스릴 때는 조정에 좋은 말과 비방을 올리기 위한 깃발과 나무가 있었는데, 이는 소통을 위한 통치의 방법으로 누구든 와서 바른말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지금 법에 비방죄와 요언죄가 있어 여러 신하들로 하여금 그 마음을 다 드러내지 못하게 하고 황제는 자신의 잘못을 들을 기회가 없으니, 어찌 먼 곳에 있는 어질고 선량한 자들을 오게 하겠는가? 그 법령을 없애라. 백성이 혹 황제를 저주하고 말하지 않기로 서로 약속하였는데, 나중에 누군가 고발하면 관리는 大逆(대역)이라 하고 다시 다른 말을 하면 관리는 또 비방이라 한다. 이는 어리석고 무지한 백성을 죽음으로 모는 것이니, 짐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제부터 이 죄를 범하더라도 다스리지 않도록 하라."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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