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田-0)홑 단(口-9)오를 양(衣-11)임금 왕(玉-0)
어느 날, 田單(전단)이 淄水(치수)를 지나다가 한 노인이 물을 건너고는 추위에 벌벌 떨면서 걷지 못하고 모래밭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전단은 그 모습이 안쓰러워 수레에서 옷을 꺼내 주려 했으나, 줄 것이 없어서 자신의 갖옷을 벗어 입혀주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듣자, 襄王(양왕)은 시샘하는 마음이 일었다. "전단이 인심을 베푸는 것은 과인의 나라를 차지하려는 것이리라. 얼른 일을 꾀하지 않으면 선수를 빼앗길지도 모르겠다!"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을 한 양왕은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저만치에 구슬을 꿰는 자가 있었다. 양왕이 그를 불러 물었다.
"그대는 과인의 말을 들었는가?"
구슬 꿰는 자가 대답했다.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왕께서는 그의 善行(선행)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왕께서는 전단의 선행을 칭찬하면서 '과인이 백성들이 굶주릴까 걱정하니 전단이 그들을 거두어 먹여주었고, 과인이 백성들이 추위에 떨까 걱정하니 전단이 갖옷을 벗어 입혀주었다. 과인이 백성들의 勞苦(노고)를 걱정하면 전단 또한 걱정하니, 과인의 뜻과 잘 맞도다'라는 명령을 내리십시오. 전단이 선행을 할 때마다 왕께서는 그것을 칭찬하십시오. 전단의 선행을 칭찬하면 그것은 왕의 선행이 되는 셈입니다."
"좋은 말이오."
양왕은 곧 전단을 위해 소를 잡아 술과 함께 내리며 그의 선행을 칭찬하였다. 며칠 뒤, 구슬 꿰는 자가 다시 양왕을 뵙고 말했다.
"조회하는 날이 되면 왕께서는 전단을 불러 뜰에서 읍하고 그의 노고를 치하하십시오."
절묘한 꾀다. 신하의 선행을 공개적으로 치하하여 군주로서 포용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남의 공로를 가로채면서도 자신의 덕망을 드높이는 일이니 말이다. 곧이어 양왕은 굶주림과 추위로 고생하는 백성을 찾는다는 명령을 내려서는 그들을 거두어 돌본 뒤 마을마다 사람을 풀어 소문이 돌게 했다. 大夫(대부)들과 士人(사인)들이 서로 모여 하나같이 말했다. "전단이 백성을 아끼는데, 아 그게 왕께서 가르친 덕택이라오!" 얼마 뒤, 貂勃(초발)이라는 사람이 늘 전단을 미워하며 "전단은 소인배다!"라고 말하며 다녔다. 전단이 이 말을 듣고는 특별히 술상을 차려 초발을 초청해 물었다."제가 선생께 무슨 죄를 지었기에 조정에서 늘 그대의 칭찬을 듣는지요?"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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