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초(豸-5)우쩍 일어날 발(力-7)비유할 비(言-13)깨우칠 유(口-9)
貂勃(초발)이라는 인물이 전단에 대해 비난하는 말을 하고 다니자, 전단은 그를 초대하는 자리를 마련해 정중하게 "제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대에게 칭찬을 듣는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초발이 말했다.
"盜跖(도척)이 기르는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짖는 것은 도척을 귀하게 여기고 요임금을 천하게 여겨서가 아닙니다. 개는 참으로 제 주인이 아니면 짖습니다. 이제 여기 있는 公孫子(공손자)는 어질고 徐子(서자)는 못났다고 합시다. 두 사람이 싸우면 서자의 개는 때를 보아 공손자의 장딴지를 물어뜯을 것입니다. 만일 개가 못난 주인을 버리고 어진 사람을 위할 줄 안다면, 어찌 공손자의 장딴지를 물어뜯겠습니까?"
"잘 들었습니다."
이튿날 전단은 왕에게 천거하여 그가 관직을 맡게 했다. 그때 왕에게는 총애받는 신하 아홉 명이 있었다. 그들은 전단을 깎아내리려고 이렇게 말했다.
"연나라가 우리 제나라에 쳐들어왔을 때 초나라 왕은 장군 요치를 시켜 군사 1만 명을 이끌고 제나라를 돕게 했습니다. 지금 나라가 안정되고 사직도 편안한데, 어찌하여 사자를 초나라 왕에게 보내 사례하지 않으십니까?"
"누가 가는 게 좋겠소?"
"초발이 좋습니다."
이에 초발이 초나라에 사자로 가게 되었다. 초나라 왕은 그 사례를 받아들이고 사자를 위해 술잔치를 벌였다. 초발이 여러 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아홉 명의 신하는 서로 양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개인인 초발이 전차 만승의 군주로부터 환대를 받아 머물고 있으니, 어찌 전단의 위세를 믿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전단은 군신 사이의 예의를 지키지 않고 상하의 분별이 없는 자입니다. 그는 좋지 못한 일을 꾸미려 하고 있습니다. 안으로 백성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빈궁한 자들을 구휼하는 은덕을 베풀고, 밖으로는 오랑캐와 천하의 현명한 선비들을 품으며 제후들 가운데 영웅호걸과 은밀히 친교를 맺고 있습니다. 그 뜻이 찬탈하려는 데 있는 것이니, 왕께서는 이를 잘 살피시기 바랍니다."
어느 날, 양왕이 말했다. "상국 單(단)을 불러 오라!"
이에 전단은 갓도 쓰지 못한 채 맨발에 옷도 입지 못하고 달려왔고, 물러나면서 죽을죄를 자청했다. 이렇게 닷새 동안 계속한 뒤에야 양왕이 말했다.
"그대는 과인에게 아무 죄가 없소. 그대는 신하의 예의를 다하면 되고, 나 또한 왕의 예의를 다하면 될 뿐이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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