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 문(文-0)임금 왕(玉-0)성 려(口-4)바랄 상(小-5)
초발이 초나라에서 돌아오자 양왕은 그를 위해 술잔치를 마련했다. 주흥이 무르익었을 때, 양왕이 이렇게 소리쳤다. "상국 단을 불러 오라!"
그러자 초발이 자리를 피한 뒤에 머리를 땅에 대면서 말했다.
"왕께서는 어찌 나라를 망칠 말을 하십니까! 왕께서는 저 옛날 주나라 文王(문왕)과 견주면 어떻습니까?"
"내가 못하오!"
"그렇습니다. 신도 본래 그런 줄 알고 있습니다. 아래로 제나라 桓公(환공)과 견주면 어떻습니까?"
"내가 못하오!"
초발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신도 본래 그런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문왕은 呂尙(여상, 강태공)을 얻어서 태공으로 삼았고, 환공은 管仲(관중)을 얻어서 仲父(중보)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왕께서는 安平君(안평군, 전단)을 얻었음에도 유독 그를 '단'이라 부르십니다. 천지가 개벽하고 백성을 다스린 이래로 신하들 가운데 안평군보다 더 큰 공을 세운 자가 누가 있습니까? 그런데도 왕께서는 그를 '단'이라 부르시니, 이게 어찌 나라를 망칠 말이 아니겠습니까!
왕께서는 선왕의 사직을 지켜내지 못하고 연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 도성을 습격하자 달아나 城陽(성양)의 산속으로 도망쳤습니다.
안평군이 애를 태우며 즉묵으로 가서 3리의 내성과 5리의 외곽을 근거지로 삼아 패잔병 7000을 모은 뒤에 연나라 장수 기겁을 사로잡고 1000리 제나라를 되찾았으니, 순전히 안평군의 공입니다. 바로 그때 안평군이 성양에 머물고 있던 왕을 가둬 두고 스스로 왕이 되려고 했다면, 천하의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도리에 맞게 계책을 세우고 올바름으로 돌아가 그런 일은 옳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棧道(잔도, 험한 벼랑에 낸 길)와 木閣(목각, 나무 누각)을 놓아 길을 열어서 성양으로 들어가 왕과 왕후를 맞이했습니다. 이리하여 왕은 돌아와 백성들에게 군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라가 안정되고 백성도 평안해지자 왕께서는 그를 '단'이라 부르시니, 어린애라도 이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얼른 저 아홉 명의 신하를 죽이고 안평군에게 사죄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그제야 양왕은 자신이 어리석음과 시샘으로 눈이 멀어 간신의 말만 믿고 충신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양왕은 곧바로 총애하던 신하 아홉 명을 죽이고 그 일족들을 내쫓았으며, 안평군에게 夜邑(액읍) 1만 호를 봉지로 더해주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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