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스러울 성(言-6)미쁠 신(人-7)것 자(老-5)하늘 천(大-1)아래 하(一-2)갈 지(丿-3)맺을 결(糸-6)
전단은 보잘것없는 하급 관리로 있다가 망하기 직전의 제나라를 되살리고 새로 왕을 세웠으며 정치를 안정시키는 데 더없이 큰 공을 세웠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공을 자랑하지 않고 자신을 낮추었다. 심지어 자신을 '소인배'라고 한 초발을 만나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며, 그의 말뜻을 알아채고는 왕에게 천거하였다.
초발이 초나라에 가서 환대를 받은 것은 그만큼 외교적 수완이 뛰어났음을 의미하며, 또 돌아와서 양왕의 무례함을 꾸짖고 일깨워서 간사한 신하들을 죽여 나라가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한 데서도 그의 뛰어난 역량이 돋보인다. 결국 음해를 입어 위태로워질 수 있었던 전단은 오히려 초발의 지혜와 능력으로 말미암아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다질 수 있었으니, 이는 그가 자신을 낮추고 늘 삼갔기 때문이다. 물론 전단이 자신의 이로움을 위해서 초발을 천거했던 것만은 아니다.
'관자' '樞言(추언)'에 나온다.
"先王貴誠信, 誠信者, 天下之結也. 賢大夫不恃宗, 至士不恃外權. 坦坦之利不以功, 坦坦之備不爲用, 故存國家, 定社稷, 在卒謀之閒耳."(선왕귀성신, 성신자, 천하지결야. 현대부불시종, 지사불시외권. 탄탄지리불이공, 탄탄지비불위용, 고존국가, 정사직, 재졸모지간이)
"옛 왕들은 성스러움과 미쁨을 귀하게 여겼다. 성스러움과 미쁨은 천하를 하나로 묶는 고리다. 현명한 대부는 종친에 기대지 않고, 지극한 선비는 밖의 권세에 기대지 않는다. 백성들을 두루 이롭게 하고서도 자신의 공으로 여기지 않고, 백성들을 위해 마련해 둔 재물을 자기를 위해 쓰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라를 존속시키고 사직을 안정시키는 일은 잠깐 사이의 생각에 달렸을 뿐이다."
대개, 전단처럼 큰 공을 세우면 교만하고 방자해지기 쉽다. 그런데 여기서는 전단이 세워준 양왕이 오히려 교만하고 방자해졌다. 애초에 나라가 위태로워졌을 때 군사를 이끌고 나서서 전란을 평정해야 할 태자였음에도 홀로 안전한 곳으로 달아나 신분을 숨기고 살았다. 거 땅 사람들이 찾아서 왕으로 내세웠으나, 쇠망을 눈앞에 둔 나라였으니 허울뿐인 왕이었다. 이윽고 전단이 연나라를 몰아낸 뒤에 그를 맞아들여서야 비로소 왕의 꼴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고 오히려 간신을 총애하면서 충신인 전단을 함부로 대했으니, 이는 재앙을 부르는 빌미가 되고도 남는 짓이었다. 다행하게도 전단이 천거한 초발의 간언을 들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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