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관(竹-8)잔치 연(火-12)어긋날 착(金-8)깨달을 각(見 -13)
힘들이지 않고 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 이것이 소인의 마음이다. 그런 심리로 말미암아 소인은 홀로 있을 때 삼가지 않으면서도 나중에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리라 여긴다. 사람들과 섞여 있으면서 속으로 딴 생각을 하거나 꿍꿍이셈을 꾸미며 거짓으로 행동하는 것도 남들이 결코 자신의 속내를 알아채지 못하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나 바람처럼 과연 남들이 알아채지 못할까?
말을 번드레하게 하고 낯빛도 꾸미고 제법 그럴싸하게 몸짓까지 더한다면, 당장에는 제 속내를 숨기고 상대나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억지스런 짓으로 계속 눈속임을 하려면 잠시도 한눈팔아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숨기려던 속셈이 드러나버리기 때문이다. 설령 속셈이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 언행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어서 상대나 다른 사람이 꺼림하게 느끼기 마련이다.
'전국책'의 '齊策(제책) 4'에 나오는 이야기다.
管燕(관연)이 제나라 왕에게 죄를 짓고는 불안한 마음에 門客(문객)들에게 물었다.
"그대들 가운데 누가 나와 함께 다른 제후들을 찾아가 도움을 구할 수 있겠소?"
모두 가만있기만 하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관연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슬프도다! 선비란 어찌 이리도 얻기 쉽고 쓰기는 어렵단 말인가!"
그러자 田需(전수)라는 인물이 나서서 이같이 말했다.
"그대의 문객으로 있는 선비들은 하루 세 끼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데, 그대의 집에 있는 거위나 오리는 오히려 음식을 남길 정도로 먹고 있습니다. 또 그대의 처첩들은 갖가지 비단으로 옷을 해입고는 치맛자락을 질질 끌고 다니는데, 선비들은 옷깃 하나 제대로 꾸미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재물은 그대가 가벼이 여기는 것이지만, 죽음은 선비들이 무겁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대는 가벼이 여기는 것조차 선비들에게 주려고 하지 않으면서 선비들이 무겁게 여기는 것으로 그대를 섬기지 않는다고 오히려 꾸짖고 있습니다. 선비는 얻기는 쉽고 쓰기는 어려운 존재가 아닙니다."
전국시대에 초나라 春申君(춘신군)·제나라 孟嘗君(맹상군)·조나라 平原君(평원군)·魏(위)나라 信陵君(신릉군) 등 네 공자는 戰國四君(전국사군)이라 불렸다. 이들은 수천 명의 문객을 거느리고 자신이나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문객들을 활용하여 난국을 타개함으로써 명성을 드높였다. 관연은 자신이 이 네 공자에 버금간다고 여긴 듯하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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