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01> 女懷淸臺

bindol 2021. 6. 3. 04:40

여자 녀(女-0)품을 회(心-16)맑을 청(水-8)돈대 대(至-8)

 

'사기'의 열전 마지막은 '貨殖列傳(화식열전)'이다. 농업을 비롯한 경제 활동을 통해 거대한 재부를 쌓은 인물들에 대한 전기다. 춘추전국시대에 경제적으로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시대적 특성을 알고 설정한 것이다.

"巴蜀(파촉)에 사는 과부 淸(청)의 집안은 조상 때부터 丹沙(단사, 수은)가 나는 동굴을 발견하여 몇 대에 걸쳐 그 이익을 독점해왔으므로 재산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청은 과부이기는 했지만 가업을 잘 지켰고, 재물을 잘 써서 자신을 지키며 도적으로부터 침범을 당하지 않았다. 시황제는 청을 정숙한 부인으로 여겨 도성으로 불러서 손님으로 대접하고 그녀를 위해 女懷淸臺(여회청대)를 지어주었다."

진시황이 직접 불러서 대접하고 樓臺(누대)까지 지어주었다는 것은 백성 개개인이 재산을 불려 부자가 되는 일을 기꺼이 장려했음을 의미한다. 상앙의 변법에 따라 진나라가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천시하는 정책을 써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이는 상앙이 활동하던 때와 달리 상업이나 공업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 황제조차 부유해진 백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절이 되었다는 뜻이리라. 어쨌든 전제군주가 부유한 백성을 대접하고 높이 평가한 데에는 백성의 생업을 중시하고 보장해주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래야 백성들이 군주를 믿고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관자'의 '五輔(오보)'에 나온다.

"민심을 얻는 방법으로는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보다 나은 게 없고, 이롭게 하는 방법으로는 정치로써 가르치는 것보다 나은 게 없다. 그러므로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밭을 개간하여 나라를 알차게 하고, 조정을 안정시켜 관청을 다스리며, 공정하게 법을 실행하여 사사로움과 교활함을 그치게 하고, 곳간을 가득 채우고 감옥은 텅 비게 하며,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여 간사한 사람은 물러나게 한다. 군자는 중정을 숭상하고 아첨을 낮잡아보며, 사민은 무용을 중시하고 이익을 탐내는 것을 천시하며, 백성은 농사를 좋아하고 음식 치레를 싫어한다. 이에 쓸 재물이 풍족해지고 음식과 땔나무, 채소 따위가 넉넉해진다. 이리하여 윗사람은 반드시 관대하고 온유하여 풀어주고 놓아주는 마음이 생기고, 아랫사람은 반드시 귀 기울여 듣고 따르면서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위와 아래가 어우러져서 예의와 올바름이 있게 되므로 편안하게 살고 위엄 있게 행동하며 전쟁을 하면 이기고 수비는 견고하다. 이런 까닭에 한 번 전쟁을 하여 제후들을 바로잡는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