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하 신(臣-0)볼 시(見-5)임금 군(口-4)같을 여(女-3)도둑 구(宀-8)원수 수(言-16)
월왕 구천이 걱정하고 있을 때, 길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배를 내밀고는 화를 내며 싸울 기세를 하는 것이 보였다. 이를 본 구천은 수레 앞의 가로나무를 잡은 채 몸을 굽히며 개구리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러자 병사들 가운데 한 명이 물었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개구리와 같이 하찮은 짐승에게 몸을 굽히며 경의를 표하는 것입니까?"
구천이 대답했다.
"나는 병사들이 분발하기를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아직 내 뜻에 부합하는 병사를 본 적이 없다. 이제 이 개구리는 지혜가 없는 짐승임에도 적을 보고는 분노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래서 몸을 굽혀 경의를 표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병사들 가운데 죽기로 싸울 마음을 내지 않은 자가 없었다. 모든 병사가 기꺼이 목숨을 걸고 싸우려 했으니, 이것이 죽음을 가벼이 여겼다는 말이다. 결국 구천은 자만한 오나라 왕 부차를 姑蘇山(고소산)으로 몰아 스스로 죽게 만들었다. 오나라는 군주인 부차가 오만하자 망했고, 월나라는 군주가 복수심에 불타자 백성들이 검술을 익혀 전쟁에 나섰다. 이렇게 군주가 절대권을 쥐고 있는 시대에는 백성의 삶이 대체로 그 군주의 덕성, 그리고 그 판단과 선택에 따라 결정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백성들이 늘 군주의 취향이나 선택을 맹목적으로 따른다고 여겨서는 곤란하다. 백성의 삶이 보장될 때라면 따르지만, 나라가 불안정해지거나 위태로워진다고 여겨지면 군주로부터 등을 돌린다. 민심은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백성들은 군주를 비롯해서 통치를 맡은 이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행동한다고 할 수 있다. 맹자가 한 다음의 말은 신하들뿐만 아니라 백성에게도 해당된다.
'맹자' '離婁 下(이루 하)'에 나온다. "孟子告齊宣王曰: '君之視臣如手足, 則臣視君如腹心; 君之視臣如犬馬, 則臣視君如國人; 君之視臣如土芥, 則臣視君如寇讐.'"(맹자고제선왕왈: 군지시신여수족, 즉신시군여복심; 군지시신여견마, 즉신시군여국인; 군지시신여토개, 즉신시군여구수)
맹자가 제나라 선왕에게 말했다. "임금이 신하를 제 손과 발처럼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제 배와 가슴처럼 여기고, 군주가 신하를 개나 말처럼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길에서 만난 사람처럼 여기고, 군주가 신하를 흙이나 티끌처럼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도둑이나 원수처럼 여깁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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