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오(口-4)집 가(宀 -7)바 소(戶-4)적을 과(宀 -11)있을 유(月-2)
전국시대에 자신의 문객들을 마치 제 손과 발처럼 여긴 인물이 있었으니, 孟嘗君(맹상군)이다. 그에 대해서는 '사기' '맹상군열전'과 '전국책'에 두루 나온다. 그는 성이 田(전)이고 이름은 文(문)이다.
맹상군이 선친을 이어 제나라의 재상이 되어 도성에 머물고 있을 때다. 어느 날 장부를 내놓으며 문객들에게 물었다.
"누가 회계를 잘하시오? 누가 나를 위해 설 땅에 가서 빚을 받아오겠소?"
그러자 馮諼(풍훤)이라는 사람이 나섰다. 맹상군은 그에게 일을 맡겼다. 풍훤은 곧 수레를 준비하고 행장을 꾸려 빚 문서를 싣고 떠날 준비를 다 하고는 맹상군에게 물었다.
"빚을 다 받으면 무엇을 사가지고 오면 좋겠습니까?"
맹상군은 "視吾家所寡有者"(시오가소과유자) 곧 "우리 집에 부족해 보이는 것으로 하시오"라고 대답했다.
풍훤은 수레를 몰아 설 땅으로 갔다. 도착하자 곧바로 관원을 시켜 백성들 가운데 빚이 있는 자들을 모두 불러놓고 빚의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게 했다.
확인을 마치자 풍훤은 맹상군의 명이라고 하면서 빚을 모두 탕감하고는 빚 문서를 전부 불살라버렸다. 이에 백성들은 모두 만세를 불렀다.
풍훤은 수레를 몰아 제나라로 돌아오자마자 새벽임에도 뵙기를 청했다. 맹상군은 그가 너무 빨리 돌아온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의관을 정제하고 그를 만났다.
"빚은 모두 받았소? 어찌 이리도 빨리 돌아왔소?"
"모두 받아 왔습니다."
"그래 무얼 사가지고 왔소?" 풍훤은 이렇게 대답했다.
"주군께서는, '우리 집에 부족해 보이는 것으로 사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 보니, 주군의 집에는 진귀한 보배가 가득하고, 개와 말도 넘치도록 있으며, 미인은 복도에 가득 차 있는데, 부족한 것은 오로지 義理(의리)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주군을 위해 의리를 사 왔습니다."
"의리를 사오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지금 주군은 하찮은 영지인 설 땅에서 그곳 백성들을 자식처럼 아껴주지 않으면서 도리어 장사꾼처럼 돈을 꾸어주고 이자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군의 명이라 하며 그 빚을 모두 탕감하고 빚 문서들도 다 불살라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백성들은 모두 기뻐하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주군을 위해 사온 의리입니다."
맹상군은 언짢은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알았소. 선생은 가서 쉬시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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